마을버스 운전석 안전띠 의무설치 규정을 만들어 놓고 이전 생산차량에 대한 후속조치를 소홀히 해 논란을 빚은 국토교통부(경인일보 4월 15일자 21면 보도)가 도로교통법 안전띠 단속 규정을 빌미로 경찰에 책임을 떠넘겨 비판을 사고 있다.

18일 고양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8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출고된 마을버스에 운전석 안전띠를 새로 설치하려면 버스 1대당 80여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운전석 전체를 교체하는 작업이 수반돼 이 같은 고비용이 발생한다고 시는 설명했다.

고양지역에서 운행 중인 해당 마을버스 160여 대에 운전석 안전띠를 신규 설치할 경우 1억2천800여만 원이 투입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는 특히 지자체가 안전띠 특정규격 제품을 임의대로 선정·설치했다가 사고가 날 경우 보험처리 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 국토부에서 안전띠 설치방법 및 비용부담 주체 등 방침을 마련해 하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안전띠 미착용 과태료규정이 도로교통법을 적용받는다는 이유로 경찰청에서 조치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토부 측은 "우리는 차량 제작기준에 관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고 운전자 안전벨트 단속 등 차량운영상 문제는 도로교통법을 주관하는 경찰청에서 신규 설치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어 "버스 운전석 안전띠 설치는 국제기준이 아니지만,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만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국토부가 마을버스 운전석 안전띠 설치규정을 신설하니까 마을버스 운전자에 대한 안전띠 미착용 단속이 뒤따르는 것이다. B가 A를 침범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경찰은 현재 마을버스 운전석 안전띠 단속을 유예 중이다.

마을버스 업계와 승객들은 국토부를 성토하고 있다.

고양시 한 마을버스 업체 간부는 "안전띠 설치의 근본적인 목적은 단속이 아니라 안전"이라면서 "차량 구조변경 사안을 놓고 국토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고, 김모(48·주교동)씨는 "운전자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어떻게 타겠느냐. 정부부처 간 조속히 협의해 매듭을 지으라"고 촉구했다.

고양/김재영·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