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영
원희영 경기도 다문화가족과
안녕하세요. 전 한국 생활 12년차인 베트남 결혼이민자 원희영입니다. 베트남 이름은 훤 티 쭉 프엉.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에 있는 따이닌성이 제 고향입니다. 2004년 결혼과 함께 한국에 왔고, 2012년부터 경기도청 다문화가족과에서 근무하며 결혼이민자를 위한 민원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고향 베트남에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사람이 베트남에 간 것이 뭐 그리 큰일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이번 베트남 방문이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경기도 대표단이 지난 4월 1일부터 4일간 베트남을 방문했는데요, 제가 대표단의 통역을 맡게 된 것이지요.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해외 출장에 경기도 다문화가족과에서 일하는 결혼이민자가 통역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요, 베트남 출장에 제가 가게된 것입니다.

기쁨 반 걱정 반으로 베트남으로 향했고, 드디어 4월 1일 첫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열린 경기도-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 컨퍼런스 행사장에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인과 베트남기업인 등이 가득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이런 큰 행사에 참가한 것인데요. 이 사람들 앞에서 통역을 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인사말을 시작한 남경필 지사님이 갑자기 제 소개를 하는 것입니다. 경기도에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통역하는 분도 베트남 사람이고, 현재 경기도 공무원이란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행사장에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습니다. 고국의 동포들이 저를 환영한 것입니다. 솔직히 좀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런 대접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정신없이 통역을 끝내고 맞은 저녁 식사 시간. 베트남 사람들이 저에게 몰려 왔습니다. '베트남에서도 되기 어려운 공무원을 어떻게 한국에서 하는가?, 한국어는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가?,' 쉴 새 없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레반콰 호찌민시 부시장님도 저를 불러 "베트남 결혼이민자가 경기도 공무원이 됐다는 것이 너무 대단하고 자랑스럽다"며 칭찬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이날 베트남 기업인과 경기도 기업인의 만남은 너무나 화기애애했습니다.

이후로도 제게는 엄청난 일이 이어졌습니다. 다음날에는 호찌민시에 175군(軍) 병원에서 고위 군인을 만났습니다. 호찌민시 당서기도 만날 수 있어 너무 좋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제가 계속 베트남에서 살았다면 평생 만날 일이 없는 엄청난 사람들입니다. 특히 175군병원에서는 호찌민에 거주하는 한국 교포들을 위해 응급진료시스템을 구축하자고 경기도에 제안을 해왔는데, 양국을 위해 좋은 일이라 통역을 하면서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4일간의 공식일정을 마치고 고향 따이닌에 휴가를 갔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자랑을 하셨던지 고향에서는 제가 벌써 유명인사가 돼 있었습니다. 동생들도 호찌민시 당서기와 누나가 함께 있는 기사를 봤다며 너무 대단하다고 흥분했습니다. 그렇게 꿈같은 고향방문을 마치고 다시 경기도청에 왔습니다.

베트남이 한국의 3대 수출국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베트남과 한국이 앞으로 계속 가까워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돌아온 후 제일 먼저 베트남 결혼이민자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가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더 많은 분야에 베트남 결혼이민자가 진출한다면 양국의 관계가 더 좋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운 고향 호찌민,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제2의 고향 경기도가 서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제가 조그만 힘이라도 보탰으면 합니다.

/원희영 경기도 다문화가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