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도시' 선언문 공표하고 '세계 연대' 제안
加에 소녀상 세운것처럼 '평화의 정신' 심기 계속

화성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건 2014년부터이다. 일제의 탄압에 격렬하게 저항했던 화성의 정신은 평화를 수호하는 시민들에 의해 소녀상 건립으로 이어졌다. 동탄센트럴파크가 먼저였고, 다음이 전세계에 제암리 학살사건을 알린 스코필드 박사가 생활했던 토론토시였다.
소녀상 건립은 일본의 반인륜적인 만행을 고발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다음 세대를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함께 평화를 만들어가자는 인류 공동의 약속을 소녀상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2일 서울에서 열린 한 · 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자며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운운했다. 부끄러운 과거를 손쉽게 청산하려는 일본 정부의 행태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수요집회에서 피해 할머니들의 울분은 더욱 강해졌고, 그 자리를 지키는 화성시민들의 의지도 더욱 결연해졌다.
같은 전범국인 독일도 인종 학살을 저질렀지만, 잘못을 꺼내어 끊임없이 반성하고 있다. 제대로 된 반성이 있어야만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과거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진정한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의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날을 세우며 지낼 수밖에 없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주요 3개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경제적, 정치적 위상에 걸맞은 세계 속 역할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퇴보는 없어야 한다.
화성시와 시민들은 지난 2월 전국 지자체들에게 세계 각지에 있는 우호교류도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함께 세우자고 손을 내밀었다. 전국 50개 지자체가 화답하면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3·1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전국 행동의 날' 행사에서 해외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의 뜻을 모은 공동성명서가 발표됐다. 화성시의 정신이 전국 지자체의 마음을 움직인 결과였다.
화성시가 캐나다 토론토시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것처럼, 전국 지자체들의 해외 자매·우호도시에 평화의 소녀상이 하나둘 세워지게 될 것이다. 마치 세계 각지를 비추는 촛불처럼, 인간의 존엄과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인류 공동의 약속이 소녀상이라는 모습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4월 15일, 화성 제암리에서는 일제 강점기 만세운동 당시 피어올랐던 봉화가 다시 점화됐다. 어느 곳보다 격렬한 만세운동이 펼쳐졌던 화성은 일본군의 가장 잔인한 보복이 자행됐던 곳이다. 올해 화성시는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3·1절 기념식과 함께 진행했던 행사를 학살사건 당일인 4월 15일로 옮겼다.
전쟁의 참혹한 아픔 속에서도 평화를 갈구한 역사의 도시 화성시의 시민들은 이 자리에서 아픔을 딛고 세계에 평화를 전하는 도시로 거듭남을 알리는 '평화의 도시 선언문'을 공표하고, 전쟁으로 큰 아픔을 겪은 국가와 도시들에게 '세계 평화연대'를 제안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들이 있기에, 62만 화성시민들은 먼 타국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또한 세계인의 가슴 속에 평화의 정신을 심기위해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채인석 화성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