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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합성고무제품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쌓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김형운 대표. /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납품 불발로 쓰러졌던 회사
몇몇 직원들이 힘합쳐 재건
다품종 소량화 전문성 강화
해외 대형업체서도 러브콜


흔히 '실리콘(Silicones)'이라 불리는 합성고무제품 제조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집약형 부품소재 산업이다.

실리콘은 주로 모바일기기 등 산업용 부품 소재로 쓰이지만, 초음파진단기와 MRI(자기공명영상) 등 초정밀 의료기기에도 중요한 부품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분야 화학 선진국의 기술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성 없는 기술전쟁에 파주의 한 강소기업이 뛰어들어 맹활약하고 있다. 1994년에 설립된 (주)찰고무키보드(대표·김형운)는 22년간 이 분야의 기술과 노하우를 쌓으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생산품이 소형서부터 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 축적된 설계 및 성형 기술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 회사 생산라인에서 출하되는 실리콘 제품은 의료기기·모바일기기·일반가전·산업장비·OA장비에 쓰이는 부품 소재로 대기업 등 120여 개 업체에 납품되고 일본에도 수출되고 있다.

특히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실리콘 양산은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을 첨단 의료기기 시장까지 넓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실리콘은 초창기 모바일기기 등의 입력장치인 키패드의 부품으로 쓰였지만, 요즈음엔 MRI, 초음파진단기, 골밀도 측정기 등 초정밀 의료장비 부품소재로 더 알려져 있다.

이 회사 제품은 삼성메디슨, GE헬스케어, 지멘스, 루트로닉 등 국내외 대형 의료기기 회사에 납품되고 있다.

원래 찰고무키보드는 1980년 대 후반 우리나라 실리콘 산업의 태동기를 주도했던 회사였다. 당시 국내 최초로 해외에서 실리콘을 들여와 보급하면서 우리나라 실리콘 시장을 확장하며 미국시장까지 진출했지만, 해외 대형계약이 납품 직전 무산되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직원들 중 몇몇이 힘을 합쳐 회사 재건에 나섰다. 현재 김형운 대표가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중견기업에서 벤처기업으로 부활한 찰고무키보드는 품종을 다양화하는 대신 소량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전문성을 기르는 길을 택했다. 이렇게 기술력을 키우면서 점차 단순 산업용에서 고기능 의료용 제품까지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기술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기용 실리콘 개발·생산을 전담하는 오라콤이라는 자회사를 설립, 수익성을 높이는 데도 성공하며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구재호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북부지부장은 "찰고무키보드는 중진공의 중소기업 지원 목적에 꼭 들어맞는 기업으로 높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자체 브랜드 개발로 사업성을 높이려는 계획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의정부/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