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인공지능이 당장 우리의 삶을 격변시킬 것만 같은 작금의 분위기가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인공지능의 이면에는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와 SW(소프트웨어) 산업이 있으며, 인공지능은 이러한 복합 산업들의 집약체이지, 하나의 고유 분야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이와 같은 ICT와 SW 산업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내다보았다. 특히 기존의 지역 거점 산업들과 SW 산업과의 전략적인 융합이 중요하다고 판단, 2014년 송도에 'SW융합클러스터센터'를 설립해 인천의 SW융합산업 생태계 구축을 진두지휘 중이다.
인천 송도는 공공·민간연구소, 글로벌 바이오 기업, 세계 유수의 명문 대학, 국제기구 등 다양한 산·학·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송도에 위치한 SW융합클러스터센터는 인천시의 특화산업인 ICT 산업을 필두로 8대 전략사업인 항공, 첨단자동차, 로봇, 바이오, 물류, 관광, 뷰티, 녹색기후금융 등의 분야에 SW융합을 도입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국 SW융합클러스터센터 중 유일하게 인천 SW융합클러스터에서 운용하고 있는 창조성장벤처펀드다. 이 펀드를 통해 유망기업 10곳에 66억여 원이 투자됐으며, 더구나 이들 유망기업에 타 펀드사가 78억여 원을 동반 투자해 시장성 있는 SW기업을 발굴하려는 인천시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이 외에도 인천시의 전통 지역산업인 제조업의 '진화'를 위한 사업으로 미래상상아이디어 공모전이 있다. 인천시 우량제조기업들의 제품에 SW적 상상력을 부가해 새로운 제품을 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공모전은 이종(異種)산업 간의 융합이라는 국가미래산업의 가치에 부합하는 대시민 공모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민들이 갖고 있는'SW융합'에 관한 아이디어를 관(官)이 직접 듣는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미래산업은 지역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기존 지역산업을 배제하지 않고 이들 산업과의 교감과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 산업과 공존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인천시의 의지는 그 자체로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와 같은 정교한 인공지능 컴퓨터는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
'세기의 대결' 이 아닌 '세기의 공존'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의적인 시각과 그것을 가능케 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이 모여 우리의 삶과 미래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창의성과 새로움이 날로 중요해지는 시대. 인천시는 시민들을 위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다.
/김기철 인천시 경제정책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