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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섭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경영관리본부장
솔직히 공직에 있는 동안 퇴직을 한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만 여겼었다. 오지 않을 먼 훗날의 이야기로 간과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노인이 아니라, 나이를 먹으면 노인이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고교를 갓 졸업하고 시작된 38년 7개월간의 긴 여정이 어느 날 갑자기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이 만개라서 만감이라고 한다는데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 이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음을 어찌하랴!

기관장의 부재로 어려운 시기에 권한대행을 수행하면서 900여 공직자와 더불어 조직 화합과 사분오열된 지역을 안정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던 포천시에서의 마지막 공직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명예퇴임식 다음 날 "재임기간 난 행복했다, 시민들 아쉬워해" 라는 제목의 지역 언론사 1면 기사를 보면서 고단한 10개월간이었지만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었음을 자위해 본다.

K 디자인 빌리지 사업 7천억 포천 유치, 제62회 경기도체육대회의 차질 없는 준비 등을 통해 포천지역 발전에 진력한 것 또한 잊을 수 없다. 하루에도 8~10개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던 기억들.

토, 일요일도 없이 24시간을 동분서주하는 모습에 동료뿐만 아니라, 의원을 비롯한 지역 기관장 및 지역 어른들께서도 안타까워했고 건강을 염려해 주었던 많은 분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비록 공직은 떠났지만 16만 포천시민들의 따뜻한 사랑은 살아가는 내내 내 마음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국무총리까지 오르셨던 어떤 분이 고시에 합격했을 때 아버님께서 3가지를 조심하라는 당부를 했다고 한다.

누구 라인(사람) 소리 듣지 마라! 술 잘 먹는다는 소리 듣지 마라! 남의 돈 받지 마라.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별로 인 것 같고 세 번째인 청렴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았기에 명예롭게 공직을 마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쉬운 마음 한편으로 후련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기억은 군에 보낸 지 4년 5개월만인 2005년 1월 자식을 저 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한때는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주위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해 주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私"보다는 "公"이 우선이라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마음가짐이었기에 시장권한대행이라는 과분한 직책도 대과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

5월 가정의 달이 다가온다.

영어 FAMILY 가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의 약자라면서 군에서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음미해 본다.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로 38년 78개월을 지나왔다고 자임하면서 선가후공(先家後公)의 의미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가정의 평화를 통해서만 '가화만사성'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 5월 가정의 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직장도 건강해질 수 있고 사회와 더 나아가서 국가도 발전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한섭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경영관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