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심은 현정부 실정에
혹독한 심판과 새로 재편될
정치지형에 대한 기대로 모아져
세월호특별법·선박인양 문제
역사교과서 국정화 과정
반민의적 태도 수정해 나가야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도출한 데는, 현 정부가 취한 몇몇 오도된 방향의 사례들이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먼저 많은 국민들은 '창조 경제'라는 이디엄에 아무런 흡인력을 느끼지 못했고, 그 구체적 성과에 대해서도 전혀 만족하지 못했다. 이는 대선 당시 내걸었던 '경제 민주화'를 슬그머니 뒤로 물리고 그 대신 비유적 어휘인 '창조'를 택한 것 자체가 성장 지향, 대기업 편중, 복지 유예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의 누적으로 인해 한국 경제는 성장도 분배도 모두 실패한 형국이 되었고, 체감 경기는 여지없이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이러한 경제 지표나 실감이 이번 선거에 젊은 층이나 야권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나가게 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치나 경제와는 다른 차원인 '기억'의 문제를 다음 국회가 잘 해결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먼저 우리는 여전히 정부가 세월호 참사의 원인 규명과 그 처리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말해야 한다. 국회가 개원하면 세월호특별법 개정 문제나 선박 인양 문제가 큰 이슈로 본격화할 것이다. 개정 특별법에서는 세월호 참사의 전 과정을 조사 범위로 하고,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조사 기구가 구성되어 권한을 행사하게끔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는 인간적 예의를 갖추는 국가가 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이들에게는 자기 몫의 책임을 지게 하는 사회가 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이는 우리가 공동체의 '기억'을 역사에 어떻게 기록해 가는지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20대 국회의 분발을 기대한다.
그 다음으로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드라이브 과정에 나타난 반(反)민의적 태도를 수정해가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부터 한시적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가 역사 해석의 유일한 주체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정치학적 의제이기도 하고, 역사가 근본적으로 해석의 다양성 속에서 성층을 두텁게 해간다는 공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하는 역사학의 테마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우리 사회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의 충돌 양상을 배제한 채 특정 사관에 입각하여 획일적인 역사를 서술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터였다. 마침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했던 야3당이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했으니, 국정화를 원점으로 돌리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기억'의 집성(集成)으로서의 교과서 상(像)을 되찾아주기를 바란다.
결국 총선의 민의는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혹독한 심판과 함께, 새롭게 재편될 정치 지형에 대한 기대로 그 의미가 모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 경계하면서, 총선 이후 다시 가다듬어야 할 '기억'에 대해 우리는 정치권은 물론 많은 이들의 새로운 노력을 마음 깊이 요청하고 또 소망해보는 것이다. 그럴 수 있지 않겠는가.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