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소방서장
유춘희 안산소방서장
불은 그 편리함 때문에 가까이에 있으나, 불이 있는 곳엔 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화재 위험에서 '나만', '우리집만' 예외라는 생각은 버리고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2015년도 전국 화재발생 통계에 따르면 화재건수 4만4천432건 중 1만1천587건(약 26.1%)이 주거시설에서 발생했고 929명(약 48.2%)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시설 화재건수는 전체 화재의 4분의 1인데 비해 인명피해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주택화재의 대부분이 초기대응 미흡으로 연소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고, 화재가 심야 취침 시간대(0~2시)에 발생해 화재사실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유독가스 흡입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많기 때문으로 자체 분석됐다.

이러한 주택화재에 대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지난 2011년 8월 4일자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법률에 따라 신규주택에 대해서는 2012년 2월 4일부터 의무적으로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돼 시행하고 있으나, 이미 건축된 주택에 대하여는 5년간 유예를 둬 2017년 2월 4일까지는 모두 설치되도록 해, 시민 홍보에 앞장서고 있다.

주택용 소방시설이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일컫는 말로 소화기 1대는 초기화재 시 소방차 1대보다 큰 화재진압 능력을 갖고 있다.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발생 상황을 소리로 알리는 기기로 화재를 조기에 인지해 신속한 대피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 후 주택화재 사망자가 절반가까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안산소방서에서는 ▲주택 소방안전대책 협의회 구성·운영 ▲주택용 소방시설 자율설치 범시민 운동 전개 ▲주택 거래 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확인 문화조성 ▲취약계층과 취약지역에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 확산 ▲소화기·단독경보형감지기 기증 안내센터 운영 ▲지역여건과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특수시책 발굴추진 ▲다양한 홍보콘텐츠 활용 다매체 중점홍보 ▲관련 기관·단체별 역할에 따른 생활밀착형 집중홍보 등 주택용 소방시설 조기 설치를 위해 행정력을 총 집결해 나가고 있다.

화재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면 시민 대부분은 소방시설이 보다 완벽하게 작동해 인명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라지만, 소방시설 설치에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예상해 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감지기야 말로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소방서나 관공서에서 보급하는 감지기 수량에는 한계가 있다. 신축 주택은 물론이고 아직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주택은 하루빨리 설치해 인명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 후에 한탄하지 말고 내 가정의 안전은 내가 먼저 살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유춘희 안산소방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