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침몰 해역을 찾은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실이 수장되는 게 가장 두렵습니다"

1년 만에 전남 진도 세월호 침몰 해역을 찾은 단원고 2학년 8반 고(故) 안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46)씨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국화꽃 한 송이를 바다에 띄웠다.

김씨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을 위한 국화 송이도 세월호 선체가 여전히 가라앉아 있는 바다에 바쳤다.

이날 김씨의 목에는 2014년 4월 29일 아들의 시신과 함께 발견된 단원고 학생증이 걸려 있었다.

김씨가 세월호에서 되찾은 아들의 물건은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있었던 학생증이 전부다.

세월호 참사 739일째를 맞은 23일 전남 진도 맹골수도 해상에서는 2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이 울려 퍼졌다.

김씨 등 단원고 유가족 40명은 2주기를 넘긴 세월호 참사를 기리고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자 이날 사고해역을 방문했다.

안산에서 출발해 팽목항 분향소에서 참배를 마친 유가족들은 안개 낀 파도를 헤치고 아이들을 잃어버렸던 바다에 도착했다.

추모의 시간을 가진 가족들은 아이들이 생애 마지막 순간을 보냈던 공간이자 비극의 진실을 품고 있는 세월호 선체가 원래의 모습 그대로 인양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또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의 주검과 아이들의 흔적을 간직한 유품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선체 인양은 구조처럼 실패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염원했다.

김씨는 "쳐다만 봐도 가슴 아픈 바다를 우리가 다시 찾아온 이유는 주현이 동생 주영이만큼은 안전한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은 떠난 아이들을 기억하는 일이자 우리 사회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참사를 막아내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1시간 가량 머물다 간 해역에서는 이날도 상하이 샐비지의 작업선들이 인양을 위한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수심 45m 아래 바다에 가라앉아 있는 세월호 선체의 인양은 7월을 목표로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