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해맑은 얼굴·쪽빛 자태 '팔당'
이곳에 들면 다산의 숨결과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고
사람답게 사는 방법 깨닫게 돼
스스로 낮추어 물을 받아들이는
철리(哲理)를 느낄 수 있기 때문

두물머리는 천 이백리길 한강의 제일 경(第一景)으로 손꼽히는 팔당호반의 명소입니다. 두 물머리는 兩水里의 순 우리말이지요. 이곳엔 400년을 살아온 느티나무가 있고 강 자락 황포돛배가 운치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黎明을 깨우며 휘도는 물안개는 두 물머리 일원을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지요. 철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인파와 무리지어 날아드는 새들의 나래 짓이 끊이지 않는 절경중의 절경입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서로 만나 한강이 시작되는 꼭지 점엔 두 물경(兩江景)이라는 표지석이 자리 잡고 있지요. 남북한의 물이 서로 만나는 두 물머리의 꼭지 점입니다. 서로 만나 부둥켜 얼싸안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언젠가는 통일이 될 거라는 기대를 가져보게 되지요. 허허한 가슴이 가늠할 수 없는 희열로 가득차고 거듭나는 꿈을 꾸게 되는 것입니다.
물의 정원 洗美苑도 있지요. 老子가 최고의 善은 물과 같은 것이라 가르친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진리가 녹아든 곳입니다.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觀水洗心 觀花美心)뜻이 살아 숨 쉬는 곳이지요. 이곳에서 연꽃을 보는 사람들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떠 올리게 됩니다. 눈을 들면 조선시대 문장가인 서거정(徐居正)선생이 '동방의 사찰 중 제일의 경관' 이라고 극찬한 수종사가 한눈에 들어와 안기지요. 운길산 허리에 자리한 이곳은 두 물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천혜의 명당입니다. 다산 선생도 자주 수종사엘 들렀다고 하지요. 이곳에서 세상을 觀照하며 哲理를 터득하신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곳에 跏趺坐를 틀고 앉아 팔당을 바라보면 세상 부러울 게 없는 경지를 맛보게 되지요. 여유와 낭만이 꽃피는 곳입니다.
다산선생의 숨결이 담긴 여유당도 있지요. 여유(與猶)는 "망설이면서 냇물을 건너듯이,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이"라는 뜻입니다. 낮은 몸짓으로 살라는 말이지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순리입니다. 팔당이 스스로 낮추었기에 강원도 검룡소(劍龍沼)나 금강산에서 발원된 물이 모여드는 것이지요. 사람 사는 이치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는 傍證이기도 합니다. 팔당은 늘 해맑고 상큼한 얼굴과 쪽빛 자태, 오롯한 향기로 살아가지요. 이곳에 들면 어느새 다산의 숨결과 자연의 경이로운 몸짓에 빠져들고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를 낮추어 물을 받아들이는 哲理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 그거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몸을 낮추면 세상이 새롭게 보이고 스스로 거듭나게 되지요.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바뀌어도 팔당은 늘 낮은 몸짓으로 여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홍승표 경기관광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