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한국전쟁 참전 영국군 용사를 기리는 행사가 파주 적성면 설마리 영국군 참전비에서 열렸다.
영국 글로스터시(市) 크리스 채터톤 시의원 등 대표단은 23일 설마리 영국군 참전비에서 6·25전쟁 임진강 전투에서 희생된 글로스터 대대 전몰장병에 헌화하고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임진강 전투는 1951년 4월 22∼25일 영국군 29여단 5천700여 명이 중국군 3만여 명에 맞서 벌인 전투다.
당시 중공군은 서울을 다시 점령하기 위해 임진강 일대에서 파상공세를 퍼부었으며, 영국 '글로스터 대대'는 중국군 2개 사단에 포위돼 사흘 밤낮 동안 전투를 벌였다.
글로스터 대대는 고립된 상태에서 보급품이 없어 항공기로 겨우 물자지원을 받으며 버텼으며, 사흘간 치열한 전투에서 글로스터 대대 59명이 전사하고 69명만 겨우 살아나왔다.
전투에서 글로스터 연대 1대대장을 맡은 제임스 칸 대령(1906∼1986)을 비롯해 530명(장교 21명 사병 509명)이 적에게 포로로 잡혔다. 포로 중 153명은 부상자였다.
칸 대령은 독방에 감금돼 혹독한 사상교육을 받는 등 19개월 동안 포로생활을 했지만 돌로 십자가를 만들어 예배를 보는 등 신앙으로 포로생활을 견뎌냈다.
1953년 영국으로 돌아간 칸 대령은 전쟁영웅으로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영연방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다.
한편 글로스터시는 파주시와의 이 같은 우정을 기리며 '파주길(PAJU WALK)'을 명명했다.
20~24일 4박 5일 일정으로 파주시를 방문한 글로스터시 대표단은 이재홍 파주시장을 찾아 글로스터시 파주길(PAJU WALK) 기념 액자를 전달하고, 파주시와의 지속적인 우호 관계 유지 의사를 밝혔다.
글로스터시는 사우스웨스트 잉글랜드 지역의 글로스터셔주의 주도로 인구 13만의 도시이며, 영화 해리포터의 촬영지인 글로스터 성당 등 중세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파주시와 글로스터시는 2014년 경제·문화적 협력에 대한 협정을 맺었으며, 파주시도 감악산에 조성되는 운계출렁다리의 부제를 '글로스터 영웅의 다리'로 명명했다.
감악산 운계출렁다리는 전국 최장 150m의 산악보도 현수교로, 오는 9월 준공 예정이다.
파주/이종태기자 dolsae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