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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깨진 바가지로
한강물을 한꺼번에 다 퍼냈는데도
바가지 밑으로 물 한 방울 새지 않았다
꿈에서 깨어난 뒤 말했더니
사람들은
한강물은 일찍이 흐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신승철(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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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꿈은 무의식에서 보이는 연속적인 이미지의 심리 현상이다. 수면상태의 뇌수 활동으로 일어나는 표상을 '꿈의식'이라고 하며, 깨어난 후에 회상하는 것을 '꿈의 내용'이라 한다. "깨진 바가지로/한강물을 한꺼번에 다 퍼냈는데도/바가지 밑으로 물 한 방울 새지 않았다."는 물샐틈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꿈의식이며, 그것을 "꿈에서 깨어난 뒤"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은 꿈의 내용이 된다. 그러나 꿈이라는 무의식의 비이성적 또는 현실이라는 의식의 이성적 경험 모두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행동은 세계 속 욕망이라는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처럼 '한강물은 일찍이 흐른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의식의 신기루'를 만든다. 그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의 담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오늘도 '겹겹의 굴레'에서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