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볼일도 있고 해서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그날따라 교통체증으로 차량이 거북이걸음을 했다. 평소 30여 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좀처럼 움직일 기색이 없는데 뒤에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뒤를 돌아보니 구급차가 이리저리 차량 사이 틈을 찾아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이고 운전대를 잡은 아내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나는 아내가 차를 도로 우측 가장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유도해 줬다.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과 소방서 홍보활동으로 이제 많은 분이 구급차나 소방차가 오면 정차하거나 한쪽 곁으로 비켜나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분이 소방차 길 터주기 실천에 인색한 듯하다.
구급차 안에서 사경을 헤매며 실려 가는 환자가 내 가족이라면 어떨까?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목적지가 내 집이라면 또 어떨까? 위급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급대원들이 사고위험을 무릅쓰고 곡예 운전을 하는 심정은 '환자가 곧 내 가족'이란 따뜻한 마음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구급대원의 절박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나면 많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은 구급차나 소방차는 신호등을 위반해 운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교통사고가 발생치 않을 경우에 한한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나면 특혜는 없다.
이제 위급한 상황에 처한 내 가족을 돕기 위해 달려가는 천사들을 위해 어렵지만 우리가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소방차 길 터주기 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진행차로 방향에서 우측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나 좌·우로 양보운전만 해주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실천으로 위기에 처한 내 가족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임을 명심해 소방차가 오면 양보운전 하거나 도로 우측 가장자리에 정차하자.
/이동구 (시흥소방서 방호구조팀장)
[독자의 소리]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입력 2016-05-04 20:01
수정 2016-05-04 20:01
지면 아이콘
지면
ⓘ
2016-05-05 10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