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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왼쪽)가 25일 오후 광주 광산구 광주과학기술원(GIST)을 방문, 문승현 GIST 총장의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25일 4·13 총선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더민주에 등을 돌린 호남 민심에 읍소했다.

더민주는 호남에서 광주 8곳 전패를 포함해 28개 선거구 중 단 3석만 건질 정도로 주도권을 국민의당에 빼앗긴 상태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와 중진을 대거 대동한 채 광주를 방문해 더민주가 수권정당으로 환골탈태하고 광주경제 살리기에 당력을 모으겠다고 호소했다. 또 당내 계파주의를 넘어서야 한다고 역설해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김 대표는 먼저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희망의 수권정당이 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뒤이은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기자 간담회에서 호남의 지지를 얻지못하는 한 당의 비상상황을 해제할 수 없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초안에서는 "호남의 지지없는 제1당은 많이 아프다"며 반성했다.

특히 그는 "계파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고 계파 문제 해소를 세 차례나 언급했다.

김 대표가 평소 문 전 대표의 호남 선거전 지원이 대선 행보로서 총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피력했음을 감안하면 당내 일부의 '문재인 책임론'과 맞물려 문 전 대표와 친문 진영을 의식한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또 호남 심장부인 광주에서 계파주의 청산의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은 최근 합의추대론 등을 둘러싸고 문 전 대표와 빚은 마찰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냐는 시각도 있다.

그는 지난 22일 문재인 전 대표와 회동 후 대화 내용을 놓고 서로 다른 얘기가 나온 것과 관련해 "단 둘이 보는 일은 안하겠다"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대표직 사퇴나 전당대회 연기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제가 수권정당이 될 수 있도록 역할하러 (더민주에) 왔다"거나 당의 비상상황이 끝나지 않았다고 언급한 점에 비춰 대표직 유지를 염두에 뒀다는 해석을 낳았다.

기초단체장 등과의 간담회에서는 쓴소리도 들었다. 한 참석자는 "호남이 초토화됐는데 정권탈환이 장밋빛이라고 보기 힘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또다른 참석자는 "중앙당의 지원이 적었고, 따라붙을 만하면 중앙당에서 악재가 터졌다"는 고언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 "어차피 호남은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면서도 "이후 중앙당에서 이런저런 실수가 있었는데 오직 문 전 대표의 책임이라고 전가하는 모습은 별로 좋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김 대표는 "총선 결과에 대해서는 심도있는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세균 의원은 "광주와 호남을 위한 특별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마련한 광주 지방의원 간담회는 광주시의회 소속 의원 13명이 "40여분의 대화로는 허심탄회한 소통이 될 수 없다"며 전원 불참하고 10여명의 구의원들로만 진행되는 파행도 겪었다.

반면 김 대표가 광주과학기술원을 방문한 것은 광주에 삼성 전장사업 부문을 유치해 광주 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 이행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광주과기원에 전장산업 유치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광주행에 동행한 이언주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지속적이고 진정성있는 대장정이 필요하다"며 "과거 민주당의 뿌리를 찾는 작업, 예산과 현안을 책임있게 챙기는 모습, 조직 재건 등 세 가지를 축으로 특별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친노 성향인 김용익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 대표에 대해 "이 분은 뭔가 자기 마음 속에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대놓고 말을 안 한다. 그러면서 자기 마음을 맞춰주지 않으면 아무한테나 마구 화를 낸다. 이건 정치가 아니지 않나"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