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맞춰진 구도 3당체제의 원심력 크게 작용
합당·정책연대·후보단일화 등 연합정치 펼쳐질 것
집단지성 명령 어기면 한국정치는 또 구태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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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20대 총선 결과 나타난 여소야대 정국의 운용 형태는 한국정당정치에서 실험 모델이 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최초의 총선거에서 한국헌정사상 최초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된 이후 14대, 15, 16대 까지 선거 결과는 여소야대 정국으로 귀결되었다. 여소야대는 국민의 선출에 의해 구성된 입법부와 행정부 권력의 이원적 정통성에 입각한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를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은 집권세력이 주도적으로 입법과 정책 등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함으로써 국정의 교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역기능적 측면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여소야대 정국을 계기로 당청관계의 변화와 여야의 소통이 강화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권의 정책이나 입법 연대에 의해 정부여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국정과제가 난관에 봉착하고 정국경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집권세력들은 여소야대를 여대야소로 바꾸려는 인위적 정계개편의 시도를 해 왔다. 1990년 1월의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3당의 합당은 민주자유당이라는 거대공룡여당의 탄생을 가져왔다. 그러나 노태우 대통령도 결국 임기 말의 레임덕을 막지 못했다.

20대 총선 결과는 13대 총선의 여소야대와 여러 면에서 대비된다. 당시에는 집권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을 차지했고,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은 70석, 통일민주당 59석, 신민주공화당 35석으로 집권당이 제1당의 지위는 유지한 가운데의 여소야대였다. 그러나 20대 총선은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의 자리를 내준 결과로 나타났다. 3당 합당은 내각제 개헌을 고리로 정권을 연장하려는 민정계와 소수세력으로서 대권을 쟁취하려는 민주계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정치공학이 개입한 민심의 왜곡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 제3당의 존재가 부각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중 어느 당이 20대 국회 개원때 1당의 위치를 차지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어느 당도 국회내에서 일방적 우위를 점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적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한 일반정족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의 38석은 결정적이다. 향후 국민의당이 정책과 이슈에서 보여줄 가치지향과 집권당과 제1야당 사이에서 어떠한 행보를 보일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제3당인 국민의당의 캐스팅 보트의 역할도 국회선진화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쟁점법안 통과 때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없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어느 당과 연대해도 180석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20대 국회에서 3당의 존재가 맹목적 편향과 대립의 악순환을 끊고 절충과 합의의 정당문화 정착에 기여한다면 분점정부는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반면 제3당의 존재감 부각을 위한 등거리 거리두기로 사안마다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정당체제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대 국회 개원 이후의 정당체제에서 여소야대의 순항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모든 정치사안이 대선에 맞춰질 수밖에 없는 구도에서 3당체제의 원심력은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이른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의 연정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원 구성이 끝나고 각 당의 전열이 재정비 되고 나면 국정감사와 정기국회를 거치면서 20대 국회와 3당체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곤 대선정국으로 급속히 빨려들어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정치적 상상력이 동원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이루어질 개연성이 높다. 합당일 수도 있고, 정책연대나 후보 단일화 논의 등 각종 연합정치가 펼쳐질 것이다. 개헌 정국의 점화도 배제할 수 없다. 1988년 선거를 정초선거, 또는 중대선거로 부르는 이유가 이번 20대총선에 적용될지 알 수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어떠한 정치공학도 민심의 바다를 거스를 수 없음을 이번 선거는 정확히 보여주었다. 집단지성의 명령을 거스른다면 한국정치는 또 다시 구태와 퇴행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