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통폐합은 민선 4기와 5기에도 수차례 논의됐었다. 여러 이유로 무산된 경험이 있어서인지 민선 6기에는 통폐합 의제를 '연정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모양새다. 남경필 도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 도의회 다수당인 정치적 상황을 돌파하고자 양당 연합정치(연정)를 핵심 정책으로 삼고 있다.
최근 경제 상황이 위기 상태고,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경기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제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설립 목적을 이미 달성했거나 도민 서비스가 부실하다고 증명된 공공기관들을 통폐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도는 다음의 3가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하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공공기관 통폐합은 또다시 무위로 돌아갈 것이 우려된다.
첫째, 추진 절차의 문제다.
도의 의제는 도의회 소관 상임위가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다. 조례 제정과 개정을 총괄하고 예산편성 결정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는 각 당의 의장단으로 구성된 연정실행위원회에서 통폐합 의제를 결정하는 모양새다.
이미 상임위가 무조건 반대가 아닌 '합리적 이유와 구체적 사유'를 들어 중기센터와 과기원의 통폐합을 한 목소리로 반대했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도는 전적으로 연정실행위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한다. 상임위를 무시한 행태다. 도는 먼저 상임위를 설득하고, 조율된 의견이 연정실행위에서 추인되도록 절차를 개선하라.
둘째, 이번 통폐합안엔 경제 논리만 있고 전략과 정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통폐합 대상이 된 중기센터와 과기원, 경기테크노파크는 그동안 경제 정책과 과학기술 정책이 병합된 목표를 갖고 운영돼 왔다. 오히려 타 지자체의 모범사례다. 통폐합을 결정하면서 기능 분류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도가 경제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과학기술 정책 포기에 대한 대안은 있는지 등이 먼저 제시됐어야 한다. 도 사업을 80% 이상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들의 사업과 기능이 중복된다면 도가 기획한 사업도 중복된다는 방증이 아닌가? 도정 사업 재편이 먼저여야 한다.
셋째, 통폐합의 결과로 기대하는 미래 비전의 모습이 없다.
지난해 6월부터 공식적으로 논의해 온 경영합리화 방안의 결과와 용역 결과 어디에도 통폐합 결과가 도정에 어떤 변화를 줄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통폐합안을 먼저 결정해주면 향후 연구를 통해 만들어가겠단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공기관 통폐합과 병행해서 남경필 지사는 이미 일자리재단을 출범시켰고 향후 경기도 주식회사, 글로벌 협력재단 등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잘하고 있는 기존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도와 기관의 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 단기 용역결과로 통폐합을 강행하면서, 역할과 기능이 분명치 않은 기관을 또 새롭게 만든다고 한다. 무슨 명분을 제시할지 매우 궁금하다.
경기도가 공공기관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근간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대민서비스 질을 높이고 대외 환경 변화와 위기에 유연하게 대응해서 도정을 완성하는 데 있다. 경기도는 이런 근본적인 취지를 분명히 인지해서 공공기관 경영합리화가 남지사의 연정에 오명으로 남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길 바란다.
/이동화 경기도의회 경제과학기술위원장(새·평택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