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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이기라는 '利'자는 '이롭다'는 뜻보다 원래 '날카로울 리'자다. '리도(利刀), 리검(利劍)'은 날카로운 칼이고 '리병(利兵)'은 정예군, 利器는 날카로운 무기다. 우리는 두음법칙을 따라 '이기'로 적지만 중국서는 '리기(利器:리치)'다. 오늘날 1등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 폰 중독자들은 이 점 알아뒀으면 싶고 편리한 만큼 위험하다는 것도…. 길을 가면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다가 넘어지는 사고는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 차 운전을 하면서도, 심지어 자전거와 오토바이(모터사이클)를 타면서도 들여다본다는 거다. 그런데 본인만 다치는 게 아니라 크나큰 사고를 부르니 더욱 탈이다. 지난 2월 독일 바이에른(Bayern)주에선 통근열차 사고로 11명이 죽고 80여명이 다쳤다. 그 사고 이유가 어처구니없었다. 단선철로의 양쪽에서 달려오는 열차의 교행을 위해 신호기를 작동해야 할 역무원이 스마트 폰 게임에 폭 빠져 있었다는 거다. 그쯤 되면 스마트 폰이 문명의 이기가 아니라 요괴 요망한 요물이고 괴물 아닌가.

스마트 폰은 집게손가락(index finger), 즉 방아쇠 당기는 오른손 둘째손가락의 질병도 부른다. 계속 꼬부린 채 화면을 건드리다 보면 힘줄에 염증이 생기고 두꺼워져 손가락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협착성 건초염에 걸린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방아쇠 손가락'이 된다는 거다. 그런데도 스마트 폰 날개는 꺾일 줄 모른다. 미국 애플의 지난 1분기 I phone 판매대수는 5천만대, 발매 이래 총 판매대수는 9억4천600만대로 오는 7월 이전에 10억대, 2020년엔 20억대를 돌파한다는 게 지난 5일 CNN 뉴스였다. 중국은 11월 11일이 독신의 날이다. 그런데 작년 독신의 날 알리바바(Alibaba)―중국명 阿里巴巴(아리빠빠)는 90분 동안 판매고가 무려 50억달러(약 6조원)였다고 했다.

놀랄 일은 또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 총기난사사건을 수사 중인 미연방수사국(FBI)은 용의자의 아이 폰 잠금장치를 해제시킨 기업에 100만달러(약 12억원)를 지급했다고 지난 22일 CNN이 전했다. 제임스 코미(Comey) FBI 장관이 말했다. 자신의 7년4개월 치 연봉이라고. 돈 버는 재주도 쓰는 재주도 모두 놀랍다는 그 소린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