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의 60%가 절대적인 팬이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대의 종지부를 찍고, 세이브 라이온즈 황금시대를 연 모리 마사아키(森 祇晶)라는 감독. 라이온즈를 이끈 9년동안 리그 우승 8회, 일본시리즈 우승 6회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통찰력이 뛰어나고 두뇌가 명석한 모리감독은 좋은 야구 감독의 조건으로 네가지를 꼽았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 '전체를 바라보는 넓은 시야' '결단력과 용기' '선수가 주역이라는 자각'이 그것이다.
"감에 의존하는 야구는 오래갈 수 없다. 최후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데이터와 확률이다." 모리는 철저히 데이터를 중시한 감독이었다. 그래서 그는 늘 메모를 하고 일기를 썼다. "야구 선수들에게 글러브와 배트 말고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펜과 노트다. 동일한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과에 취해 버리면 과정을 경시하게 마련이고, 그러면 실패는 반복된다. 실패를 교훈삼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정을 기억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숱한 명언도 남겼다.
'야구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한다'는 말이 있다. 해태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응룡 감독은 코끼리 만한 덩치와는 달리 선수들의 자율 야구를 즐겼다. 당시 선수들이 워낙 특출해서 그러하기도 했지만 경기중 선수들에 특별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단지 심판의 '오심'이 있을 때만 어슬렁거리며 그라운드로 나가 심판에게 항의하거나, 선수들이 실수를 하는 등 정신력이 해이해 질때 덕아웃에 있는 의자를 부셔버리는 정도였다. 그러고도 18시즌동안 9번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가 안타를 치지 못했다면 그건 그 선수를 기용한 내 잘못"이라고 말하던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을 두고 요즘 팬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지난해만 해도 김 감독에게 '덕장(德將)' '용장(勇將)', '맹장(猛將)' '지장(智將)'이라는 칭호가 붙어 다녔다. 그런데 지금은 그를 가리켜 권한 '독점 전횡' '성과 우선주의' '희생의 강요' 등의 말들이 따라 다닌다. 야신(野神)이 벼랑 끝에 서 있다. 매에 장사가 없듯,연패(連敗)에 명장이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LG 트윈스 팬을 대단하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야구가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게임이듯, 팬들의 마음도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