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는 서민들의 마음이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계속된 경기불황의 여파로 서민들의 주머니사정이 악화되면서 변변한 선물 하나 살 돈이 없어 고향가기를 포기한 이들이 늘고 있다.
꼬박꼬박 돌아오는 명절이 서민들에게는 원수만큼이나 밉다.
“추석은 무슨 추석 차라리 일이나 했으면 좋겠구만…”
24일 오후 2시 수원시 장안구 J인력시장에서 만난 김모(42·노동)씨는 추석에 고향에 가느냐는 질문에 이처럼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혹시 연휴기간중 인부를 찾는 기업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인력시장에 나와 8시간째 기다리고 있지만 허탕을 쳤다. “명색이 가장인데 부모님 드릴 돈도 없고…. 차라리 추석때 일자리라도 구해 일 핑계로 고향에 안가려 했는데…”라는 김씨는 결국 “집에서 며칠 쉬어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날 수원 영동재래시장에서 만난 가정주부 최모(39·수원시 팔달구 영동)씨도 고향가기를 포기했다.
경기불황으로 남편이 상여금도 받지 못한데다 명절에 이것저것 준비하는데만 최소 30만원정도가 들어 남편 일을 핑계로 고향에 가지 않을 작정이다.
최씨는 “고향에 못가는 대신 간단한 차례상이라도 차리기위해 조기를 사러나왔는데 한마리에 3만원씩 해 도저히 못사겠다”면서 “벌써 시장을 두바퀴째 돌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수원 화서시장에서 13년 넘게 장사를 해오고 있는 한모(47·여)씨도 “올 추석에는 오른 물가 때문인지 가격만 물어보고 되돌아가는 사람이 태반”이라며 “차라리 집에 얼른 들어가 쉬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형할인점들도 힘겨운 추석을 맞고 있다.
도내 대부분의 할인매장들은 지난 추석과 비교해 같은기간 매출이 20%정도 줄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인천 E매장을 찾은 유모(47·인천시 중구 도원동)씨는 “지금 당장 현금이 나가는 것이 두려워 카드를 쓰고 있지만 명절이 끝난 뒤 날아올 명세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겁이난다”며 “예년보다 추석 경비를 많이 줄였다”고 말했다.
임모(63·인천시 남구 주안동)씨도 “지난해 추석때는 가족이 모두 모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어려워 6형제 중 세식구만 고향에 내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추석은 예년과 달리 좀 우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빈주머니 서민 '서러운 한가위'
입력 2004-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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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25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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