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안다는 가정에서 출발
자주 생략… '숨겨진 전제' 지칭
논증요소 다갖출 필요 없어도
분석연습은 비판적사고 도움

하지만 근거를 제시했다 하더라도 그 근거와 주장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비슷한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다음의 대화 상황을 봅시다.
호수 : 장돌이는 점심을 매일 혼자 먹어요.(근거) 장돌이는 왕따인가 봐요.(주장)
아빠 : 혼자 밥 먹는 것하고, 왕따하고 무슨 상관인데?
호수 : 친구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없다는 건 친구들에게 소외된 아이들이나 하는 것이잖아요.(숨겨진 전제)
이 대화에서 호수는 아빠에게 장돌이가 혼자 밥을 먹는다는 것을 근거로 장돌이가 따돌림을 받는 아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빠는 혼자 밥을 먹는 것과 따돌림을 받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수는 보편적인 상황을 들면서 자신의 주장과 근거가 어떻게 관련이 되는지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상대방이 주장과 근거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받아들이게 하려고 주장과 근거를 이어주는 보편적인 원칙을 '전제'라고 합니다. 전제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방도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전제를 '숨겨진 전제'라고도 합니다.
전제를 진술하는 형식은 특정한 형식이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전제의 형식은 보통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앞부분에는 '보편적인 상황'이 제시되고 뒷부분에는 '보편적인 추론'이 제시됩니다. 이를 도표로 제시하면 위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일상적인 대화나 글에서는 전제나 근거를 혼용해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근거와 전제는 비슷해 보이기까지 해 어떤 학생들은 논술문을 쓸 때 전제 자체를 근거로 쓰기도 합니다.
다만 논술에서 전제와 근거를 구분하자면 근거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면, 전제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지난 시간에 다뤘던 내용을 바탕으로 숨겨진 전제를 작성해 보도록 해볼까요? 주장은 '인구 노령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이고, 근거는 '인구 노령화는 경제 활력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가 경쟁력을 상실하게 한다'였습니다.
근거를 바탕으로 보편적 상황을 작성해 본다면, '어떤 사회적 현상이 그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고, 보편적인 추론은 '문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이 두 항목을 합쳐보면, '어떤 사회적 현상이 그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그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제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논술 시험에서 모든 글마다 논증의 요소를 갖춰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시문을 읽을 때 제시문을 논증의 기본 요소에 해당하는 주장, 근거, 숨겨진 전제로 나눠 분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제시문을 논증 요소로 분석하게 되면 그 논증이 좋은 논증인가를 판단하는 능력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숨은 전제 찾기 연습자료는 인터넷 카페에 게시돼 있습니다. (http://cafe.naver.com/songsks7 - 경인신공 독자와 함께)
/이장우 박문여고 교사
*참고자료 : '논증의 탄생'(조셉 윌리암스 외, 홍문관), '논술 교육, 읽기가 열쇠다'(서정혁, 커뮤니케이션북스)
※위 논술카페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