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11시께 경기남부지역 최대 집창촌으로 알려진 평택시 삼리.
지난달 23일 실시된 성매매 단속때문인지 유리창 사이로 지나가는 뭇 남성들을 유혹하는 여성들의 손길이 사라진지 오래다. 일부 업소들은 굳게 닫은 철문위에 '임대' 연락처만을 남긴 채 이곳을 떠났고, 거리는 온통 어둠과 정적만이 감돌았다.
그런데 희미한 불빛하나 없는 썰렁한 거리를 가다 보면 갑자기 어둠속에서 불쑥 튀어 나오는 2~3명의 낯선 사람들과 마주치게 된다.
이들은 자신들을 집창촌 업주라고 소개하면서 노골적으로 “놀다 가라”고 유혹했다. 막무가내로 팔을 잡아끄는 이들의 집요한 손을 뿌리치더라도 100여m 길게 늘어진 시커먼 골목을 통과하려면 최소 2~3차례는 호객꾼들과 상대해야 한다.
이처럼 일부 업소들은 성매매 단속 이후 첩보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은밀한 성거래를 알선하면서 어떻게든 경찰의 집중단속 기간만이라도 넘겨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곳의 한 업주는 “갑자기 영업을 못하게 하면 우리는 죽으란 말이냐”면서 “생계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기간만이라도 단속을 미뤄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 남구 학익동의 집창촌과 숭의동의 일명 '옐로하우스'는 정복을 차려입고 순찰을 도는 경찰관 때문인지 호객꾼은 커녕 인적조차 '뚝' 끊겼다.
1일 새벽 1시께 옐로하우스 한편에 마련된 사무실에는 집창촌 업주 30여명이 모여 연방 담배를 물어대거나 한숨을 내쉬며 심야 대책회의가 한창이다.
한 업주는 “정부가 2007년까지 폐쇄한다기에 업종전환을 준비했는데 예고없는 갑작스런 단속으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빚까지 내가며 아가씨 선불금을 모두 탕감해줬는데 이제 뭘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파주시 법원리 '용주골'과 대릉리 일대 집창촌도 단속 이후 오후 8시도 채 안돼 사람들의 왕래가 끊길 정도로 을씨년스럽다. 사복경찰과 순찰차의 경광등 불빛만 요란하게 밤의 정적을 깰 뿐이다.
이곳 업소의 한 20대 여성은 “이 곳을 떠난다고 해도 달리 배운 게 없어 다른 곳에서 단속을 피하는 다른 방법으로 성매매를 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도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 집창촌의 경우 지난 23일 이전부터 이미 업주 대부분이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 현재는 경찰이 '단속할 게 없다'고 할 정도가 됐다.
성매매 단속, 집창촌엔 정적만
입력 2004-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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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02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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