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지점장이 부동산 업자 등과 짜고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해 수십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진 용인시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가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짓고 있다./김종택·jongtaek@kyeongin.com
은행지점장과 부동산업자 등이 짜고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오피스텔 및 다세대 주택을 담보로 수십억원대를 대출받아 가로채, 세입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특히 일부 세입자들은 경매로 소유권이 넘어간 사실조차 모른 채 낙찰자로부터 방을 빼라는 독촉에 시달리다 전세보증금도 못받고 쫓겨난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시 김량장동 D오피스텔 40여명의 세입자들은 지난 8월15일께부터 경매 낙찰자들로부터 '방을 빼라'는 독촉전화를 받고 있지만 보상은 커녕 전세보증금 한 푼 건지지 못한 채 그냥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03년 1월에 세든 이모(38·정화조대리점운영)씨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도 뜬금없이 집 주인이라며 방을 빼란 전화를 받은지 벌써 한달이 넘었다”며 “얼마전 찾아온 경찰이 알려줘 사기를 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는데 이제 어떻게해야 할지 답답한 노릇”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자금을 모아 이 건물에 세든 황모(27·여)씨는 어느날 갑자기 경매로 낙찰됐다며 하루에도 수차례씩 방을 비워달라는 독촉 전화가 걸려와 이를 견디지 못하고 2개월전 보상을 포기하고 집을 떠났다. 입주자들은 보증금 및 보상을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변호사를 선임할 돈 마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세입자들이 보상 한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된 이유는 세입자들도 모르게 건물을 담보로 수십억원이 대출됐기 때문.

부동산업자인 김모(50)씨는 '전세금이 1천200만원 미만일 경우 대출금에서 공제가 안된다'는 점을 악용해 W은행 전 지점장인 김모(54), 민모(44)씨 등과 짜고 세입자들 몰래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한 뒤 9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챘다.

김씨는 이같은 방법으로 지난 2001년 9월부터 지난 2002년 4월까지 용인과 서울지역 오피스텔과 다세대 주택 13곳을 담보로 모두 32억원 상당을 대출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전 지점장인 김씨 등은 임대차계약서상 전·월세 계약서가 허위로 작성된 사실을 알고도 대출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전 은행지점장 김씨 등은 이 대가로 대출금의 일부를 나눠 가진뒤 과천과 서울 회현동 N호텔에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성인오락실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용인경찰서는 3일 전 은행지점장 김씨 등 5명에 대해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