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집회·결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해 모든 국민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은 집회·시위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롭게 개최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만약 집회·시위 장소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주거 지역이거나, 공공도서관·종합병원 주변이라면 어떠할까? 무차별적인 소음공해로 인해 인근 주민이나 수험생, 입원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주최 측의 주장은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14년 7월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광장이나 상가·사무실 밀집지역에서는 주간 75㏈, 야간 65㏈의 소음기준이 적용되고 종합병원·공공도서관 주변의 경우 주간 65㏈, 야간 60㏈의 소음기준이 적용되게 됐다.
외국의 경우, 미국 워싱턴은 주간 65㏈, 야간 60㏈로 우리 주거지역 기준이 일괄 적용되고, 일본 도쿄는 85㏈이지만 우리와 같은 평균 소음치가 아니라 순간 최대 소음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우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개정 2년이 돼가는 지금 우리 집회·시위 현장의 모습은 여전히 법 개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최근 경기 북부청 관내 대규모 아파트단지 인근 2㎞ 부근에서 토지보상 문제와 관련한 집회가 열린 적이 있다. 당시 집회는 일몰 후까지 이어졌고 "확성기 소음 때문에 창문을 열 수가 없다"는 아파트 주민들이 항의가 계속되자 그제야 주최 측이 확성기 사용을 멈춘 사례가 그 예이다.
'집회·결사의 자유'라는 기본권은 제한 없이 인정될 수 없고 대다수 국민의 평온한 생활권, 행복추구권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지닌다고 할 것이다. 집회현장에서 소음이 클수록 시민들의 관심은 멀어질 것이고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배려가 클수록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 때로는 작은 목소리가 오히려 큰 울림을 갖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식 경기 북부지방경찰청 정보1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