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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사월 초파일이 되면 생각나는 고승들이 있다. 한국에는 고승이 많았는데, 신라시대의 스님으로는 원효(元曉)와 의상(義湘)이 대표적이다. 의상은 661년에 당나라의 사신을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서 종남산(終南山) 지상사(至相寺)에서 화엄학(華嚴學)을 공부하였다. 화엄학은 석가모니가 깨닫고 처음 설한 법을 기록했다는 화엄경(華嚴經)을 근본 교리로 삼는 불교의 학파이며 그 종파가 화엄종(華嚴宗)이다. 의상은 중국 화엄종의 2대 조사(祖師)인 지엄(智儼)에게서 배운 뒤 그 핵심사상을 210자(字)로 담은 법성게(法性偈)를 남겼다.

필자는 2년 전 중국의 종남산 지상사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의상스님이 유학했을 당시를 떠올려보며 동행한 학인들과 함께 법성게를 독송해보기도 하였다. 그 법성게에 보면 부처의 진리를 하늘에서 내리는 비로 비유해 놓았다. 오늘처럼 전국적으로 많은 봄비가 허공을 꽉 채우며 내리면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며 생기를 받고 성장하는 초목(草木)이 무수히 많다. 그와 같이 부처가 설하는 진리의 법우(法雨)는 허공에 꽉 차있다고 하였다. 문제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는 실감하지만 보이지 않는 진리의 법우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그래서 의상과 같은 선각(先覺)들은 곳곳에 진리가 있으니 잘 활용해 유익함을 얻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