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필요한 직장인에 접근
"차값의 70~80% 융자" 약속
감정 명목 車 인수하고 잠적
서류조작후 '동남아行' 추정


목돈이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접근해 리스 차량을 담보로 고액 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인 뒤, 리스한 차량이 출고되면 이를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 밀수출하고 잠적하는 신종 대출 사기가 인천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대출 사기와 자동차 밀수출이 결합한 신종 범죄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3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부평구에 사는 A(28·여)씨는 지난 3월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자동차 리스만 하면 고액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발견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광고에 적힌 전화번호로 대출 상담을 진행했고, 다음날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직접 찾아와 리스 차량을 이용한 대출 개요를 설명했다.

A씨 명의로 자동차를 리스 받으면 차량 가격의 70~80%를 대출해주겠다는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었다. 리스에 필요한 계약금 대부분도 대신 내주겠다고 30대 남성은 말했다.

A씨는 대당 4천만원 가까이 되는 고급 SUV 차량을 리스하기로 결정했다. A씨와 30대 남성은 리스 회사를 찾아가 계약금 1천359만원을 내고 자동차를 빌렸다.

계약금 중 100만원은 A씨 본인이, 나머지는 동행한 30대 남성이 모두 지급했다.

문제는 그다음 발생했다. 며칠 뒤 리스한 차량이 부천에 있는 모 자동차 대리점에서 출고됐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현장으로 갔고 대리점 앞에는 대출 상담을 진행한 30대 남성이 아닌 또 다른 남성이 서 있었다.

같은 회사 직원이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리스 차량이 출고되자마자 담보 대출을 위한 감정을 해야 한다며 SUV 차량을 잠시 전문 기관에 맡기겠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이 남성에게 자동차 키를 건넸고 이후 자동차의 행방은 물론 그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 3월 이후 경찰이 파악한 이런 피해 사례만 모두 3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남동경찰서는 사라진 차량들이 인천 서구 경서동의 한 주택가에 주차돼 있다가 컨테이너 트럭을 이용해 부산으로 옮겨진 뒤 세관 서류 조작 등을 통해 동남아 지역으로 밀수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리스 차량을 부산으로 옮긴 운반책 B(41)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하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총책 C(41)씨 등 사기 일당 3~4명의 뒤를 쫓고 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