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뻥튀기한 학생부만 보고 어떻게 뽑으란 거냐.”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내로라하는 국내 사학들이 수시모집에서 고교간 격차를 전형에 반영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학원가와 일선학교에 그동안 파다하게 퍼져있던 “강남에 살지 않는 학생이 어느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성적이 아무리 좋아도 면접도 못보고 떨어진다더라…”하는 등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대입전형이 학생 개인 능력이 아니라 출신 고교, 즉 선배들의 진학실적이나 수능성적 등을 토대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정신을 훼손했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왜 그랬을까=이번 사태는 2002학년도 입시제도가 시행되면서 예견됐다. 학생의 특기와 적성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고교장 추천전형 등 다양한 유형의 특별전형이 도입되거나 확대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신뢰성과 고교간 학력격차문제가 첨예하게 떠올랐었다.

당시에도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는 엄격히 금지하는 '3불(不)' 원칙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교등급제 등에 대한 정의나 어느 선까지 고교간 특성을 전형에 반영하는 것을 허용할지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넘어간 게 화근이었던 셈이다.

또 수능성적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수시1학기 모집에서 내신조차 상대평가였던 학생부 성적 기재방식을 절대평가로 바꿔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 대학들이 전형요소로 삼을 만한 자료가 사실상 없게 된 점도 고교간 격차를 반영하도록 촉발한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개선안 공청회를 위해 지방을 돌아다니다 대학 관계자로부터 '어떤 고교는 전교생이 100명이면 90명이 1등이고 '수'인데 어떻게 내신 위주 전형을 하라는 거냐'는 하소연을 듣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전형방식을 전혀 고지하지 않은 채 외형적으로는 '학생부 60%+서류평가 20%' 등으로 제시한 뒤 서류평가에서 특목고나 강남 소재 고교 출신과 비강남이나 지방 소재 고교 출신의 점수를 눈에 띄게 달리 매겼다는 점에서 그 대학이 좋아 그 대학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볼 기대로 가득차 있던 수많은 수험생을 농락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평준화제도로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없는 상황에서 고교간 격차가 반영된 것은 '교육 연좌제'에 다름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될까=탁월한 학생부 교과성적과 비교과 영역의 수상실적, 봉사활동등을 제출하고도 단지 '그들이 선호하는' 지역과 학교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면접도 못보고 1단계 전형에서 탈락한 수험생들의 줄소송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고교간 차별을 뒀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학부모·교직단체 추천인사가 참가하는 방식의 본격 조사를 요구하고 1학기 수시모집 무효화 투쟁, 집단소송 등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학들은 '신뢰성 제로(0)'인 내신성적을 외면한 채 수능성적과 심층면접, 논술 등 대학별 고사에 더욱 의존하면서 고교간 학력격차 인정, 본고사 부활, 수능성적 세분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중에서 11월초 실시되는 특목고 입학전형 등을 앞두고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중3생들의 혼란은 극도에 달할 것으로 우려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