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간다고 전해라/구십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알아서 갈테니 재촉말라 전해라/백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노래 '백세인생'은 이애란이라는 무명가수에게 스타라는 명함을 안겨준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어르신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것은 이 노래의 또 다른 의미다. 지금도 노인정에서 이 노래가 흔치 않게 흘러 나오는 것은, 이 시대 어르신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진시황은 죽음이 무서워 불로초를 구해오라 했지만, '죽음을 무서워 하지 않고 늙음을 거부한 위인들은 많다. 빅토르 위고는 60세때 '레 미제라블'을 완성시켰고, 괴테는 82세 되던 해에 '파우스트'를 탈고했다. 피카소의 경우는 더욱 치열하다. 그는 수많은 여성들을 편력하면서 예술과 생명의 샘물을 마셨다. 죽는 것을 겁내지 않고, 죽는 날까지 붓을 들고 여체로부터 예술적 영감을 얻어냈다. 페르난드 올리비에, 올가 코를로바, 도라 마르, 프랑스와즈 질로, 쟈클린 로즈 등이 피카소와 결혼을 했거나 동거를 했던 여인들이었다. 물론 화가 르누아르도 마찬가지였다.
처칠은 선명하게 늙음을 거부한 사람이다. 그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 나이는 71세였다. 그해 선거에서 영국인의 외면을 받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재출마, 77세때 다시 총리가 됐다. 세 번 실각 후 오뚝이처럼 일어난 덩샤오핑(鄧小平)은 93세까지 '늙은 靑年'으로 중국을 손에 쥐고 있었다. 레이건도 70세에 대통령이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한 일을 '老慾'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죽는 날까지 '일할 수 있는 행복'을 음미하면서 살았다. 나이가 많아도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게 '장수사회' 노인들의 염원이다.
이틀 후면 어버이날이다.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해 경로행사를 열다가 '아버지의 날'도 만들자는 의견이 있자, 아예 '어버이날'로 명칭을 바꾼 것은 1973년이니 올해가 43회가 되는 셈이다. 어버이날 가슴에 꽂아주는 꽃 한 송이는 물론 아름답다. 그러나 이 땅의 어버이들은 시들지 않은 꽃송이를 바란다. 국가가, 사회가, 자식들이 그 꽃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불안한 노후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