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굴지의 대기업에 30년 기술력의 인쇄회로기판(PCB) 등을 납품하는 인천의 대표적인 중견 수출기업인 세일전자(주)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특히 세일전자 창업자인 안재화 대표이사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신성장창조경제협력연합회' 회장이자, 인천시가 발족한 지역의 우수 기업 모임인 '인천비전기업협회' 회장을 맡는 등 왕성한 대외 활동을 해온 기업인이어서 경제계 안팎의 이목이 더욱 쏠리고 있다.

8일 인천지법과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세일전자는 지난 2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수호, 사건은 인천지법 파산2부(김대웅 수석부장판사)가 맡았다.

인천지법은 4일 세일전자에 대한 포괄적 금지명령을 공고했다. 이는 법원이 회생 개시 결정이 있을 때까지 모든 회생채권자 및 회생담보권자에 대해 회생채권,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실행을 위한 경매절차 등을 금지하는 조치다. 인천지법은 17일 세일전자 현장검증을 할 예정이다.

법원의 결정문이 나오기 전이어서 세일전자의 현재 재무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세일전자의 최근 감사보고서(2015년12월)를 보면 지난해 경영난을 엿볼 수 있다. 매출은 1천602억7천만원이었으며, 영업이익은 148억6천만원의 손실을 냈다. 당기순이익도 지난해(209억9천만원)에 이어 188억6천만원의 손실이 났다.

세일전자는 최근까지 경력직 사원 채용에 나서고, 안 대표도 인천비전기업협회 공식 일정을 차질없이 소화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의 지인들도 세일전자의 갑작스러운 회생절차신청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역의 한 인사는 "지난해 많이 어려웠다는 얘기는 들었다. 스마트폰 쪽에서 나는 적자를 자동차 쪽에서 간신히 만회한다고 들었는데, 부도가 날 정도인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일각에선 1천억원 대의 부도설이 돌기도 한다.

안 대표는 1985년 세일전자를 설립, 창립 30주년이 되던 지난해에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에 PCB를 납품하는 등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세일전자는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 경진대회 중소 기업부문 대상(산업통상자원부, 201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 동탑산업훈장(2014) 등을 받기도 했다.

안 대표와는 이날 전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임승재·김민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