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동기는 대화와 소통
치료 원칙은 경청과 솔직함

이계성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연구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애주가가 중독자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 중 하나가 '조절 능력의 상실'이다. 조절 스위치가 고장 나면 중간에 멈출 수가 없게 되는데 알코올 중독자는 첫 잔을 들이키면 술잔을 들 수 없을 때 까지 마셔야 술을 그만 마시게 되고, 도박 중독자는 돈이 다 떨어져야 도박을 그만두게 된다.

필자가 운영하는 중독 치료 모임에서 자주 회자하는 말 중 "한 잔의 술은 너무 많고 백 잔의 술은 너무 적다"라는 표현이 있다. 한 잔 술에 발동이 걸려 폭음과 만성적 음주를 하게 돼 백 잔에도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중독자들의 조절 능력 상실을 아주 잘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렇게 만족·조절 스위치가 고장 난 상황을 우리는 '중독'이라고 부른다. 이 스위치는 체감으론 나빠지는 걸 쉽게 알 수 없기에 서서히 안 좋아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고장 나 버린다. 더 무서운 것은 한번 고장 나 버린 우리 뇌의 조절스위치는 쉽게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처럼 평생 관리하고 살아야 한다.

중독의 원인이 되는 쾌락·보상회로는 우리의 뇌에 존재한다. 중독성이 있다는 말은 중독성 물질이 쾌락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쾌락회로 신경말단에서 분비된 도파민이 그 수용체에 결합하면 안정감, 즐거움, 일상의 행복, 만족감을 경험하게 된다.

원래 쾌락회로는 생존에 필요한 다양한 활동(자연 보상)을 촉진시키기 위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생겨났다.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며 집단생활을 하면서, 종족 번식과 안전을 위해 관계 형성을 하며, 상호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성취감을 느낄 때 쾌락회로는 활성화된다.

그러나 만족·조절 스위치가 고장 나 더 이상 자연보상에 활성화되지 않으면 일상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거나 사는데 재미가 없고, 매사에 의욕이 생기지 않으며,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불행함을 느끼게 된다.

변화의 동기는 대화와 소통이다. 중독 치료에 참여할 때 중요한 원칙은 '경청'과 '죽을 만큼 솔직하기'이다. 술로 인해 어떤 폐해들을 겪었는지, 술로 인해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등등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진심을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계성 인천참사랑병원 연구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