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도시 팽창과 이에 따른 행정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책임 읍면동제' 도입을 추진해온 화성시가 행정자치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1년 넘게 매달려온 인력 및 기구 확충 숙원 해결이 좌초될 처지에 놓였다.

책임 읍면동제는 인접 읍·면·동을 하나로 묶어 대표성 있는 1개 읍·면·동 사무소에 본청업무의 상당 부분을 이관토록 하는 시스템으로, 행자부는 지난해 화성시의 구청 신설 요구를 불허하는 대신 이 제도의 도입을 권유하면서 시를 시범실시 대상 지자체로까지 선정한 바 있다.

9일 화성시와 행자부 등에 따르면, 행자부는 최근 지난해부터 줄곧 화성시와 협의해온 책임 읍면동제 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시에 통보했다.

행자부는 지난해 1월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일정 인구 이상의 시군에 대해 책임 읍면동제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뒤 구청 신설을 요구하는 지자체에 이 제도의 도입을 권유, 같은 해 8월 화성시를 책임 읍면동 시범 실시 대상 지자체로 선정했다.

시는 이에 따라 주민설명회와 간담회 등을 거쳐 '4급 읍면동장으로 6개 권역을 우선 시행하면서 246명을 확충한다'는 내용의 기구협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행자부의 요구를 수용해 소요인력을 72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수정 협의안과 시의회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했다.

행자부는 그러나 '4·13 총선이 임박해 협의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다, 결국 지난 4일 읍면동 복지 허브화 추진으로 정책이 전환됐다며 책임읍면동제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에 통보했다.

구청 신설은 물론,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된 책임 읍면동제 시행까지 물 건너 가게 되자 화성시는 지난해 말 확정된 기준정원(52명) 범위 내에서 자체적인 조직개편에 나선 상태다.

시는 현행 '6국 33 담당관·과, 164팀' 체제에서 본청에 ▲전략사업담당관 ▲노인복지과 ▲아동보육과 ▲도시계획상임기획단 등 4개 과를 신설, '6국 37담당관·과, 180 팀'으로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안전행정국은 자치행정국으로 명칭이 변경된다.

시 관계자는 "행자부와 1년 넘게 협의해온 책임 읍면동제가 행자부의 정책전환 입장으로 불발될 처지에 놓였다"며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행정서비스를 감당할 수 없어 우선 조직개편을 단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측은 "현재 복지 허브화 추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세한 상황에 대해선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화성/배상록·강기정기자 bs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