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쪽 바다가 동양, 서쪽 바다가 서양이고 양쪽 바다가 모두 洋(바다)이다. 그런데 '양복(洋服)'은 왜 서양식 복식-Western clothes인가. 서양 쪽에서 '양복'이라는 말의 소유권 보전등기라도 해 뒀다는 건가. 아니면 요즘 말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라도 시켜뒀던가. 서양풍 주택인 양옥(洋屋)도 마찬가지고 양식(洋食), 양주(洋酒), 양산(洋傘) 등도, 외국인 상사(商社, 商事)인 '양행(洋行)'도 그렇다. 왜 서양이 동서 바다(洋)를 독차지한 것인가. 중국에선 외국어도 '洋話'고 외국인도 '洋人'이다. 양복에 넥타이 차림만 '정장(正裝)'이라 부르는 것 또한 웃긴다. '正'의 반대는 '不正'이고 '非正'이다. 그럼 정장이 아닌 기타 의복, 복식은 바르지 못한 '부정장(不正裝)'이라는 건가. formal dress(정장)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국에선 양복에 넥타이 정장이든 뭐든 서양풍 모습(樣態)을 '양시앙(洋相)'이라 부른다. '꼴불견'이란 뜻이다.
그래선지 마오쩌둥(毛澤東)이나 장제스(蔣介石), 덩샤오핑(鄧小平) 등은 양복 정장을 일절 하지 않았다. 1945년 중국 충칭(重慶)의 평화회담 때도 마오와 장은 각각 인민복(국민복)과 중산복(中山服) 차림이었다. '中山'은 중국의 국부인 쑨원(孫文)의 아호다. 현 시진핑 주석도 유엔 등 국제회의가 아닌 국내 주요 행사 땐 인민복을 입는다. 그런데 북한 7차 조선노동당대회 3일째인 8일 김정은은 양복 정장 차림으로 3시간 동안 연설문 낭독을 해 단연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다. 김정일이 즐겨 입었고 그 또한 따라 입었던 별난 회색 점퍼를 걸치든지, 아니면 검정 인민복을 입은들 누가 뭐라나. 굳이 왜 넥타이 정장이었을까. 그게 오히려 非정장은 아닐까. 일본에선 의복을 '오메시모노(御召物)'라고 한다. 뭔가 '부르는 물건'이 옷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김정은 정장은 지구촌 이목을 확 끌기 위해?
130㎏ 육중한 몸에 넥타이는 보기에도 답답했다. 게다가 장끼(꿩)처럼 머리를 탁자 밑으로 숙이고 힘겨운 듯 몸을 비틀며 장장 3시간의 연설문 낭독이라니! 그건 웃지 못할 코미디였고 전 세계가 웃었다. 하지만 평양 당중앙위원회엔 수천 명의 우레 같은 박수와 환호성만 진동했다. 쿠오바디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