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0월 14일 CNN 뉴스였다. '알코올이 법률로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와인을 자가제조한 74세 칼 안드레이라는 영국 남성이 360대의 태형(채찍 형) 선고를 받았다. 그의 가족은 노인이 그런 형벌을 받을 체력이 못된다며 석방을 탄원했고 캐머런 총리까지 나섰지만 허사였다'고. 사우디처럼 와하브(Wahhab) 금욕주의가 국교인 이슬람 국가에선 술을 한 모금만 마셔도 채찍 형 80대가 기본이다. 말이 80대지 그걸 맞다간 웬만한 젊은이도 까무러치거나 숨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런데도 74세 노인이 무려 360대를 선고받은 거다. 와인을 '영혼의 양식(soul food)'이라고 했다. '빛깔을 감상하고 향기에 취하고 와인 이야기를 나눈 뒤 마셔야 제격'이라는 게 프랑스 작가 발자크의 말이었다. 그의 와인 지론을 그 노인이 광적으로 신봉했던 것인가.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 신자로 국명부터 '구세주'라는 뜻인 중미 엘살바도르(El Salvador)에서는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무조건 총살이다. 유럽 남동부 불가리아에서도 2차 적발 때는 총살이 아닌 교수형에 처해 진다. 프랑스도 고속도로 음주운전엔 경찰관의 발포권이 허용된다. 영국도 최소 몇 년은 교도소 신세를 져야 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음주운전 처벌에 가혹하다. 그런데 홍콩에 가 보면 놀란다. 호텔마다 이름이 무슨, 무슨 '酒店(주점)'이기 때문이고 나라 전체를 '주국(酒國)'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국어 '酒國'의 뜻은 다르다. 술에 취해 딴 세상처럼 느끼는 황홀경이 주국이다. 그러니까 소주 몇 잔, 막걸리 한 사발로 여권도 비자도 없이 주국에 프리패스, 입국하는 거다. 신들도 술을 마신다. 그리스신화의 신들이 마시는 영주(靈酒)가 넥타르(nektar)다. 어쨌든 한 잔 딱 걸치는 거야 좋지만 음주운전만은 해서는 안 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0.03으로 낮춰 소주 딱 한 잔의 음주운전도 처벌하도록 경찰청이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뉴스다. 그런 방침을 75%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했다. 일본은 2002년부터 0.05→0.03으로 낮췄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0.03도 아닌 0.02다. 그만큼 음주운전 사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썩 잘하는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