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박선하(30)씨는 지난 19일 오후 아들(7)과 함께 수원 모 초등학교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 2~3학년 정도로 보이는 A군과 B군이 6차선 대로 한 가운데 서서 달려오는 차를 응시하며 누가 먼저 피하는가를 겨루고 있었다.
A군이 끝내 참지 못하고 보도로 되돌아 왔고, 친구의 패배(?)를 확인한 B군은 당당하게 A군을 뒤따라 왔다.
박씨는 “큰 도로에서 그런짓 하면 크게 다친다”며 나무랐지만 아이들은 대꾸도 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났다.
박씨는 “영화에서 폭력배들이 철길에서 달려오는 기차를 두고 담력시험을 하는 것을 본 적은 있어도 초등생들이 이런 놀이를 하는 지는 몰랐다”면서 “내 아이도 이런 위험한 놀이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게임으로 미국 갱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명 치킨게임(chicken game)이 국내 초등학생들 사이에도 번지고 있다.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때 유행했던 자동차 게임으로 도로 양쪽에서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다 겁이 나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경기다.
수원의 또 다른 초등학교에서는 5~6학년 사이에서 '짱 뽑기' 게임이 성행하고 있다.
6학년생들이 5학년생들 중 미리 선발한 '짱 후보'를 세워놓고 각자 한명씩 양쪽 뺨을 번갈아 가며 때리면서 끝까지 버틴 최후의 한 명을 '짱'으로 인정하는 방식이다.
이때 뽑힌 '짱'은 '영광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도 갈 수 없는 게 아이들의 룰이다. 병원에 가면 지금까지의 게임은 모두 무효가 되고 '진정한 짱'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초등생들은 또 자신의 용기와 힘을 친구들에게 과시하기 위해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나'를 가리는 놀이도 한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이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발견하는 즉시 선도하고 있지만 이런 위험한 놀이가 아이들 사이에서 은밀히 진행돼 선도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부모들도 아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험한 장난' 겁없는 초등생들
입력 2004-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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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2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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