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살인·불친절 대중교통
폐허로 방치된 개발구역 등
SNS상 현실 빗댄 표현 범람
웹툰 등에 투영된 현상 점검


도시 경쟁력은 도시의 이미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도시의 이미지는 그곳에 사는 사람 혹은 방문한 외부인이 피부로 느끼는 실생활에서 각인되기 마련이다.

인천시는 '인천 가치 재창조'를 주요 시정방향으로 설정하고, 인천을 중심에 둔 인문적 가치와 인천의 정체성을 되찾는다는 취지의 정책들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다. 인천시 재정난으로 사기가 떨어진 시민들의 자존감을 일으키겠다는 차원이다.

또 가치 재창조 정책을 통해 인천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한껏 드높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그러면 바로 지금 인천의 도시 이미지는 어떠할까.

뉴스에 등장하는 인천은 토막살인사건 등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는 엽기적인 강력사건이 빈번히 발생하는 도시다.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에서 인천 시내버스는 난폭운전이 심하다는 게 인천의 대표 이미지로 그려진다.

문학성을 인정받은 단편소설에서는 인천에 사는 청년이 경인선을 타고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영어학원을 다니며 취업난에 허덕인다. 이 같은 인천의 현실을 빗댄 '마계(魔界)인천'이라는 표현이 SNS상에서 범람하고 있다. 인천이 악마의 소굴 같다는 것이다.

인천의 도시 이미지가 '마계인천'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인천시의 고색창연하고 고차원적인 가치 재창조 정책들은 얼마나 현실을 반영하며, 또 얼마나 공감을 얻을까.

많은 이들은 "그래서 집값이 오르고,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며 현실에 뿌리박지 않은 탁상공론을 탓할지도 모른다. 도시 이미지는 사소한 실생활에서부터 쌓이고 생성된다.

주로 젊은 세대들이 온라인상에서 통용하고 있는 '마계인천'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은 2009년께다. 2009년 한국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이 열렸던 인천문학경기장(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 번개가 치며 먹구름이 끼는 등 우중충한 날씨가 마치 마계와 같다고 해서 야구팬들이 붙였다는 설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엽기적인 강력사건, 폐허처럼 방치된 대규모 도시개발구역, 불친절한 대중교통 등 인천에 관한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가 응축되면서 현재는 인천을 깎아내릴 때 쓰는 대명사처럼 돼버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인일보는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웹툰, TV뉴스, 문학작품 등에 투영된 인천의 현실을 사소한 것에서부터 찾아 인천 도시이미지의 현주소를 점검하기로 했다. 지금의 인천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곧 인천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줄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