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하원 'House of Commons'를 '서민원(庶民院)'이라고 하지만 우리 말로는 '서민의 집'이 맞다. 귀족원이라는 '부자집' 상원(House of Lords)과는 달리 이 '서민의 집'은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의자는 벤치형이고, 명패도 없다. 좌석이 좁아 동료 의원과 어깨를 맞댈 정도로 붙어 앉아야 한다. 중요한 안건이면 서로 끼어앉고도 모자라 회의실 주변 맨바닥에 의원들이 주저앉는다. 좌석 수가 의석정수(하원 650석)보다 적기 때문이다. 지정좌석제가 아니므로 지각한 의원들은 서 있어야 한다.
2차세계대전때 독일의 폭격으로 하원의원 의사당이 파괴됐다. 재건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모든 의원들이 앉을 자리라도 만들게 면적을 넓히자는 의견이 나왔던 모양이다. 그러나 폭파 전 그대로 복원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가운데 통로인 일명 '스워드 라인'(sword line)을 기준으로 얼굴을 맞대고 국사를 토론하는 장이 유지되려면 넓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의회주의의 역사가 깊은 영국에서는 과거 의원들이 간혹 칼을 꺼내 들고 논쟁을 벌였고, 스워드 라인은 '칼이 닿을 수 없는 거리만큼의 공간을 띄어놓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 영국의원들은 배지를 달고 다니지 않는다. 의원이 서민의 한사람에 불과하다는 자부심이 대단한 이들에겐 금배지야말로 허세라고 믿기 때문이다. 영국 의원들에겐 자체 관용차가 없다. 의장도 마찬가지다.
이번 20대 당선자 중 초선의원은 132명이다. 이들을 위한 의정연찬회(議政 硏鑽會)가 11일 열렸다. 시간을 맞춰 의정관에 도착한 초선은 100여명에 불과했고, 20여명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찬회는 초선들에게 전자투표방법과 식당·사우나·화장실 위치 등 큰 거부터 소소한 것까지 '국회사용법'을 알려주는 행사다. 그러나 이날 국회 경내 300m이동을 위해 6대의 우등버스가 동원되고, 한 층을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독점하는 등 '국회의원 특권'을 설명하는 날이 됐다는 보도에 국민들은 절망하고 있다. 이에 항의한 초선의원은 단 한 명도 없어서 더욱 그렇다. 국민의 대변인인 '의원나리'들에게 지나친 검소함을 요구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연찬회가 허파에 허세를 불어넣어 줄까 심히 우려된다.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안다는데 20대 초선에게 우리가 너무 큰 기대를 걸었나 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