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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직 회장 의존높은 종목단체 예산
임원선출·이사구성 등 이해관계 얽혀
통합대상 33곳 중 고작 5곳만 '하나로'
도체육회 "내달 30일 넘기면 지원중단"
현장 "협상유도 도움없인 진행 어려워"


경기체육의 또 다른 불협화음은 바로 가맹경기단체(엘리트)와 종목별 연합회(생활체육)의 통합 문제다.

도체육회는 오는 6월 30일까지 종목별로 통합을 원칙으로 내세우고, 권고사항으로 지침을 하달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종목들은 통합에 대한 기득권 싸움으로 현재까지 통합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종목은 도체육회의 강압적인 통합 정책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 통합 절차

도체육회 통합의 가장 큰 이유는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을 만든다는 데 있다.

같은 종목에서 엘리트와 생활체육을 나누지 않고 행정적인 효율성을 통해 국민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그 울타리 내에서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는 모델을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모델을 만들기 위한 최종적인 단계는 종목 단체 간의 통합이다.

엘리트 가맹경기단체와 생활체육 종목별 연합회의 통합은 중앙의 결정사항을 따르지만, 중앙 단체와 의견이 상이 한 종목에 대해선 추후 협의를 통해 통합하게 된다.

양 단체는 종목에 따라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대다수 종목은 서로의 이해타산이 맞물려 통합이 사실상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2명의 회장이 1명으로 축소된다는 점에서 양 단체가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단체 종목들의 통합은 '이제부터 팽팽한 기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 도체육회 종목 통합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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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현재 도체육회에는 56개의 엘리트 종목(정가맹 54개, 준가맹 2개)과 49개의 생활체육종목(정회원 24개, 준회원 10개, 개발종목 15개)이 편성돼 있다. ┃표 참조

도체육회는 105개의 종목 단체 가운데 통합 대상 종목 33개와 비통합 대상 38개로 나눠 총 71개의 종목 단체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통합 대상 종목 중 배드민턴·테니스·육상·축구(풋살)·탁구·볼링·검도·농구·골프·배구·야구·태권도·궁도·수영·보디빌딩·승마·복싱·씨름·당구·택견·사격·스쿼시·스키·바둑·수상스키·댄스스포츠 등 26개 종목은 동일 명칭을 갖게 된다.

또 사이클(이하 생활체육 종목 자전거)·산악(등산)·롤러경기(인라인스케이팅)·수중 핀수영(스킨스쿠버)·우수쿵푸(우슈)·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체조(에어로빅스체조) 등 7개 종목은 명칭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정리했다.

물론 엘리트와 생활체육 종목 중 공통 분모가 없는 종목들은 비 통합 대상이다. 엘리트에선 정구·핸드볼·럭비·레슬링·역도·유도·양궁·하키·펜싱·조정·빙상경기·요트·근대5종·카누·세팍타크로·컬링·소프트볼·바이애슬론·아이스하키·공수도·봅슬레이 스켈레톤·루지·킥복싱 등 23개 종목이며, 생활체육에선 게이트볼·합기도·족구·국학기공·줄넘기·그라운드골프·패러글라이딩·종합무술·전통선술·요가·국무도·라켓볼·우드볼·특공무술·파크골프 등 15개 종목이다.

통합 대상 33개 종목 중 통합이 완료된 종목은 12일 현재 축구(풋살)·검도·골프·택견·사격 등 5종목이다. 비통합 대상 중 창립 총회를 개최한 종목은 유도·합기도·그라운드골프·국무도·컬링·펜싱 등 6개 종목이다. 우수쿵푸(우슈)가 22일 통합 과정을 거칠 예정이지만 나머지 27개 종목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통합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 갈 길이 먼 종목별 통합

종목 통합이 시간이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임원 선출과 이사·대의원 구성 등에서 엘리트 체육 종목과 생활 체육 종목 사이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형태로 오랜 기간 동안 뿌리를 내려왔기 때문에 종목 단체 통합회장 선출부터 시작해 이사진과 대의원 구성 등 충분한 협의가 없으면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종목단체 회장은 도체육회 '경기도종목단체 규정' 제19조에 따라 10인 이상 100인 이내의 선거인단에서 선출 하도록 돼 있으며 종목단체 회장은 양 단체 통합추진위원회에서 합의 하에 추대할 수 있도록 했다.

도내 일부 종목들은 관계 기관이 당연직 회장을 맡으면서 예산 등을 지원받아 왔다. 만약 체육단체 임원 구성이 변경될 경우 이 같은 종목 운영의 방법과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단체 통합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종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몇몇 종목 단체들은 통합추진위원회 구성까지는 합의하는데 성공했으나, 양측의 이견이 아직까지 평행선을 걷고 있어 제대로 된 회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 당연직 회장 종목의 고민

기업 및 기관에서 당연직 회장을 맡고 있는 엘리트 종목들은 연간 5천여 만원∼1억 여원 정도를 출연금 명목으로 받아 한해 종목 살림살이에 사용하고 있다.

이중 일부 종목들은 기업에 속한 당연직 회장이 계속 엘리트 종목을 맡아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생활체육 역시 회장직에 대해 물러서지 않고 있어 종목 통합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생활체육 인사가 회장에 선출되면 종목을 후원하던 기업들의 관심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당연히 출연금도 내놓지 않는다.

A종목 관계자는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회장직을 누가 맡느냐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면서도 "서로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다음 단계의 논의가 이뤄지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밀어붙이기 통합 불신만 조장

종목 단체들의 불만은 도체육회가 오는 6월 30일까지 '밀어붙이기식 통합'을 권고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도체육회는 종목 통합을 권고 사항으로 공문을 내려보낸 상황이다.

종목 자체가 독립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강압적 통합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통합을 진행 중이지만 기한을 6월 30일까지로 설정한 탓에 종목별로 불만이 많다.

도체육회가 통합 기한을 이 기간으로 권고한 이유는 지난 2월 종목 통합 설명회를 진행한 뒤 3월 종목별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 3개월 간 통합을 위한 유예 기간을 남겨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종목의 전체 통합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B종목 관계자는 "도체육회에서 공문을 통해 통합 날짜와 절차 등을 계속 설명하고 있지만, 종목 통합은 아직까지도 지지부진한 상태다"며 "계속 접촉을 하고 이야기는 하려고 하지만 통합을 할 때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체육회가 기간 내 통합을 하지 않으면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이것은 말도 안되는 처사"라면서 "모든 기준을 도체육회의 잣대로만 보지 말고 종목의 특성을 고려하고 양 측을 협상토록 유도해주는 게 도체육회가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도체육회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두 단체가 상호 합의 하에 자율적인 통합을 이루도록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만약 6월 30일까지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5월 말에서 6월 초 사이에 체육회 차원에서 통합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양 단체를 소집해 조율에 나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신창윤·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