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관련업체에 대한 단속권한을 가진 환경부의 고위 간부들이 업체들로 부터 뒷돈을 받아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특수부(김필규 부장, 박규은 검사)는 27일 원주지방환경청장 김모(54)씨와 환경부 환경사무관 곽모(49)씨 등 2명을 뇌물 수수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H건업대표 송모씨 등 3명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경인지방환경청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2년 5월 오염물질 무단방류로 단속된 레미콘 제조업체인 H건업대표 송씨로부터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처리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는 등 3개 업체로부터 모두 750만원을 받은 혐의다.

김씨는 또 경인환경청 지도 단속 대상업체들로부터 1천175만원 상당의 부엌가구를 200만원에, 1천284만원 상당의 가구류를 600만원에 구입해 차액 1천659만원 상당을 뇌물로 받는 등 모두 2천409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특히 부하직원을 시켜 단속대상업체인 이들 가구제조업체에서 싼 가격에 가구를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일부 직원과는 “업자들에게 받은 수표를 은행에 입금했는데 괜찮겠느냐”며 상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밖에 김씨가 부하직원으로부터 인사청탁과 관련해 500만원을 받은 첩보를 입수, 조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부인 명의 계좌에 수천만원 단위 현금이 수시로 입금된 점과 부하직원들에게 상납을 강요하거나 뇌물 받은 업체를 가볍게 처분하도록 압력을 행사한점 등으로 미뤄 추가 범행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환경부 환경사무관 곽씨는 경인청 안산출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02년 2월 폐기물 중간처리업체 사장인 안모씨로부터 “한달만 빌려쓰고 갚겠다”며 1억원을 빌린데 이어 지난해 3월도 안씨에게 재차 1억원을 빌려 갚지 않는 등 차용이익 만큼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다.

조사결과 곽씨는 지난해 3월 빌린 1억원에 대해서는 구속전까지 갚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개인자금 필요때도 손벌리고 부하직원 계좌이용 돈세탁도

환경관련업체에 대해 막강한 단속권을 지닌 환경부의 일부 이권부서 공무원들의 뇌물수수는 조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나타났다.

지방청장이 회의시간에 부하직원들 앞에서 공공연히 “업자들로부터 받은 수표를 은행에 입금했는데 괜찮겠냐”고 거리낌없이 말한 것이나 자신의 아파트에 들여 놓을 부엌가구 등을 부하직원을 시켜 관내업체에서 헐값에 가져오도록 한 것은 뇌물에 대해 얼마나 무감각한 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부하직원인 곽모씨는 모텔 2채를 구입한뒤 개인적으로 자금압박에 시달리자 관내 업체 사장을 불러 2차례에 걸쳐 2억원을 빌린뒤 지금까지 1억여원에 대해서는 갚지도 않고 있다.

돈을 차용하면서는 부하직원의 예금계좌를 이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청장 따로, 간부 따로 뇌물을 챙긴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검찰 조사를 받은 일부 직원들 입에서는 “청장 자신부터 부하직원들을 의심하고 상납을 강요해 직장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당연히 환경오염업체들에 대한 단속의 칼날은 무뎌질 수밖에 없어 영업정지 6개월의 강력한 처벌의지는 온데간데없이 과징금 처리로 흐지부지 사그라드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특히 김모 청장은 재임시 8회에 걸쳐 이권개입에 관련된 직원 57명을 인사조치하자 여기에 반발, 적대감을 지닌 직원들이 많았다는 말로 자신의 무죄를 항변하고 있다.

나름대로 고질적인 조직의 뇌물수수관행에 제동을 걸려다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주장이다. 이런 김 청장의 주장이 향후 검찰의 추가수사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