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사가 임대아파트의 임대료 및 관리비 등 각종 부과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단지별로 징수실적에 따른 점수를 매겨 이를 직원 상여금에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공의 인센티브제도는 실적이 저조한 관리소장의 상여금을 삭감, 우수 관리소에 얹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생활고에 찌들어 제때 부과금을 내지 못하는 영세민을 압박하고 있다.

27일 (주)주택관리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공단은 모회사인 주공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부터 전국 임대아파트단지별로 경영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 경영평가제도의 핵심은 각 단지를 A~E까지 5등급으로 구분, 하위 그룹인 D·E등급 단지의 보너스를 삭감해 이를 상위그룹인 A·B등급에게 포상하는 것이다.

공단은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전국 13개 지부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올해부터 범위를 넓혀 경기지부 산하 32개 단지를 비롯해 300여 모든 개별단지로 확대했다.

적용강도도 해마다 높여 올해까지는 상여금 차등적용률이 5등급을 기준으로 ±30%였으나 내년부터는 7등급을 기준으로 ±50%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공단은 경영평가 결과를 승진심사에도 활용, 관리소별로 부과금 징수율을 높이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처럼 주공과 공단이 직원들의 '보너스'까지 삭감해가면서 부과금 징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최근 경기악화로 임대료 및 관리비 등 각종 부과금을 내지못하는 영세민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공단 안팎에서는 “사정이 뻔한 영세민들을 상대로 실적을 쌓으라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인 처사”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도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의 한 관리소장은 “월급이 깎이고 승진에서도 낙오될 수 있는만큼 어쩔 수 없이 부과금 납부를 더 독촉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내 직업에 대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철저한 기업논리 '공기업' 무색

장기 경기침체로 서민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주택공사가 임대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자회사를 통해 부과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평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 건설교통위의 국정감사에서 주공의 공공성 상실여부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또다시 경영합리화를 앞세운 기업논리에 공공성이 퇴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공과 (주)주택관리공단이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영평가 목표는 경영합리화와 입주민의 삶의질 향상이나 정작 그 세부 평가항목을 살펴보면 부과금 징수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쉽게 알수 있다.

27일 본사가 입수한 공단의 '2003·2004 내부경영평가편람'을 보면 평가총점 100점에서 부과금징수실적은 25점으로 15개 평가항목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작 입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하자처리 및 시설물 관리 적정성'은 15점밖에 안되고 '고객만족도 조사결과'도 7점에 그치고 있다.

그밖에 운영자금 집행 적정성, 인력운영의 적정성 등 나머지 평가항목이 모두 10점 이하인 점에 비추어 무려 25점이나 차지하고 있는 부과금 징수실적은 절대적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해 평가결과는 연말 상여금정산에 반영될뿐만 아니라 승진심사에도 중요한 지표로 활용되고 있어 직접 입주민과 접촉하고 있는 관리소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상여금 가감 대상은 관리소장 이상 간부직원이나 부하 직원입장에서 상사의 급여삭감과 승진제한을 모른체 할 수도 없는 처지여서 결국 최종 부담은 제때 관리비를 내지못하는 영세 입주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에대해 공단측은 경영평가가 단순히 징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모든 공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직내부의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체납자라고 해서 강제로 내보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과 직접 상대하고 있는 관리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단의 수익구조가 전적으로 입주민들이 내는 부과금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지난 8월말 현재 징수율이 65%에 그치는 등 최근 경영상태가 악화되고 있는데 따른 궁여지책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특히 임대아파트가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과금을 내려 주민부담을 줄이고 근본적인 수익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에는 소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 관리소 직원은 “징수율을 평가항목에 비중있게 반영하고 있는 이상 체납자와 관리자간의 불편한 숨바꼭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