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 교동도 부군당  굿 20년만에 열려10
15일 오전 인천시 강화군 교동도 읍내리 부군당에서 교동의 전통 굿인 부군당(府君堂) 굿이 20년 만에 다시 열리고 있다. 굿판을 벌이고 있는 무당 뒤 당 안에 교동의 부군인 연산군과 그의 부인의 초상이 모셔져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역사·민속적가치에 郡·학계 복원
전국 유일 연산군 모시고 복 기원


인천 강화 교동의 전통굿인 부군당(府君堂)굿이 20년 만에 다시 열렸다. 조선 중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교동 부군당굿은 1996년을 마지막으로 그 명맥이 끊길 뻔했으나, 역사적·민속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강화군과 학계 등이 복원한 것이다.

15일 오전 교동도 교동읍성 북쪽 언덕에 있는 부군당에서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부채와 방울을 손에 쥔 무당이 황해도 장단에 맞춰 굿거리를 하자 마을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무당은 당신(堂神)으로 모시는 부군의 목소리로 마을의 안녕과 집안의 평안을 기원했다.

지역 전통문화복원 차원에서 열린 굿이지만,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복채를 들고 찾아와 굿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주민 방경옥(70·여) 씨는 "젊었을 때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시어머니와 열심히 참여했었다"며 "다시 보니 반갑다"고 말했다.

부군당은 조선 중·후기 상업이 발달한 한강 뱃길 주변에 있는 관청 안에 마련한 신당으로, 한때 서울에만 40곳 넘게 있었다고 한다. 부군당굿은 아전 등 하급관리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복을 기원하며 3~5년마다 치른 마을공동체 신앙이다. 현재는 서울 용산에 일부 남아 무형문화재로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교동의 부군은 폐위된 후 교동에서 유배생활을 하다 세상을 뜬 연산군(燕山君·재위 1495~1506)과 그의 부인이다.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연산군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은 전국에서 교동이 유일하다. 교동 부군당굿은 강화군 등의 지원으로 매년 열릴 예정이다. 교동에서는 '부근당(扶芹堂)'으로 불린다. 별도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은 "한강 끝자락인 교동 부군당의 굿은 서울 바깥의 유일한 부군당이고, 황해도와 서울의 무속문화가 섞여 있는 게 특징"이라며 "개성과 서울, 중국을 오가는 뱃길로서 교동의 역사적·민속적 입지를 잘 보여줘 무형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