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시가 시중에 무더기로 내다 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이 의심되는 사례는 지금까지 400여 건에 이르며, 이 가운데 146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수많은 희생자가 상처를 안은 채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살생제'나 다름없는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한 사람들이 과연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어찌 인간으로서 쉽사리 그들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살균제 피해자들은 어쩌면 용서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기 싫을지 모른다.
용서는 기독교의 개념으로 죄를 사하는 것이다. 독일어 어원으로는 'Verzichten', 우리말로 풀이하자면 '단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불가에서는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성철 스님은 "용서하기보다는 참회하라"고 설파했다. 종합하자면 모두가 자신에게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돌아가서 살균제를 제조·판매·유통한 관계자들은 우선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그런 다음에 피해자들로부터 진심 어린 도덕적인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범죄로부터 해방되는 것, 즉 용서에 이를 수 있는 과정이자 절차일 것이다.
미국의 타이레놀 사태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1982년 타이레놀 캡슐을 복용한 10대 소녀를 비롯해 모두 8명이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첫 번째 사망사고가 나자 제조사인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은 즉각 문제가 된 약품을 전량 회수했으나 주가 폭락에 시장 퇴출 위기 등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실을 보게 됐다. 그럼에도 회사 측은 유가족에 대한 사죄와 위로를 최우선 방침으로 정하고 용서를 구했다.
용서를 구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기반성이 선결돼야 하며 자신의 범죄를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헤겔이 말한 대로 진정한 용서를 이루며 성철스님의 말처럼 참회가 가능하다. 지금과 같이 회피하기 급급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용서와는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처벌을 피하려고 변명을 늘어놓으며 발뺌할 때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범죄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쳐야 할 때이다.
/최재훈 지역사회부(포천)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