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이팝나무꽃이 한창이었다. 마치 쌀을 튀겨 놓은 것 같다. 아카시꽃은 바람이 불면 그 향기가 아파트까지 풍긴다. 언젠가부터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물닭, 청둥오리, 해오라기, 학 등 각종 조류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가마우지가 물속으로 다이빙, 물고기를 입에 물고 올라오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다. 그뿐인가? 일가를 이룬 물닭가족도 만날 수 있다. 어른 주먹만한 새끼 4, 5마리를 거느리고 저수지 가장자리를 유영하는가하면 수컷끼리 암컷을 차지하려는 쟁탈전도 볼 수 있다. 왜가리가 미동도 없이 물가에 서서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보면 새삼 기다림과 인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성균관대학교에서 흘러들어오는 유입수쪽의 나무다리에서는 어른 팔뚝만한 잉어들이 먹이 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먹이를 주면 잉어들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새까맣게 모여든다.
여기에 더해 저수지 둑 아래에는 일월공원 텃밭도 있다. 수원시에서 시민들에게 텃밭을 분양한 곳인데 여기에서 도시농부의 삶을 즐길 수 있다. 고추, 토마토, 오이, 호박, 상추, 고구마 모종이 햇볕을 받아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것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농작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노동의 피로는 어느덧 사라진다.
최근 이곳 일월공원 일대가 생태계 보전지역이자 자연학습장으로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경기지역본부 등 여러 관계기관의 수년에 걸친 수질환경정화작업으로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시민의 공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도심 속에 이런 녹지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도시민에게는 행복이다.
일월저수지를 둘러싼 산책길은 총 1.9㎞다. 한 바퀴 천천히 산책하면 30분 정도 걸린다. 이 화창한 신록의 계절에 아카시향을 맡으면서 산책로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몇 가지나 되는지 한 번 손꼽아 보기를 권한다.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영관 시민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