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통근·통학 비율
전체 인구 10%인 30만여명
'가치 재창조' 구호에 앞서
전철타고 서울서 생활하는
소설 속 인천현실 인정해야


언제부터인지 인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여기서부터 인천의 자존심은 심하게 구겨지고 만다. 이런 대외적인 이미지는 교육, 교통, 청년실업, 문화적 빈곤 등 인천이란 도시가 가진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많은 인천시민이 출근하기 위해, 학교에 가기 위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문화활동을 누리기 위해 경인전철이나 경인고속도로 등을 통해 서울로 향한다.

인천시가 '대한민국의 중심' '국제도시' '인천 정체성 회복' 등을 내세우며 펼치는 '인천 가치 재창조' 정책들은 인천에 살면서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인천시민에게는 '남의 얘기'처럼 들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한계를 인정하고 마땅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하면서도, '인천'이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는 도시 이미지 전환정책을 실생활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국내 유명 출판사 '문학동네'가 주는 '2016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인 소설가 장강명의 단편 '알바생 자르기'에 등장하는 주인공 혜미는 인천사람이다. 서울소재 직원 10여 명 규모의 회사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혜미는 가끔 회사에 지각하는데, 직원들은 "혜미 씨가 인천에서 1호선 타고 오거든요"라며 비아냥거린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야간대학을 졸업한 혜미는 '알바생'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서울 종로에서 영어학원을 다닌다. 모든 활동을 서울에서 하는지라 병원진료도 서울에서 받는다. 소설에선 혜미가 인천에서 무얼 하는지 나오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인천에서 서울·경기로 통근하거나 통학하는 사람은 인천시 전체 인구의 약 10%인 30만3천여 명이다. 학원, 병원, 문화활동, 유흥 등을 위해 상경하는 사람을 포함하면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사람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현시대 대표적 문학평론가인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최근 인천문화재단 웹진에 기고한 글에서 소설 속 혜미를 언급하며 "야간대학을 나온 비정규직 신세로, 퇴근하면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에 출석해야 하는 이 시대 청춘의 평균적 초상! 그녀가 바로 인천인 것이다"고 했다.

이어 최원식 이사장은 "옛일을 아는 건 좋은데, 그게 오늘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저 복고에 그칠 것"이라며 "공연히 사라진 옛것들을 애도하지 말고 혜미 씨의 간난(艱難·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움)을 포옹하고 미래로 투척할 일"이라고 했다.

인천 도시이미지를 드높이기 위한 '인천 가치 재창조'는 소설 속에 투영된 인천사람 혜미 씨의 현실을 주목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