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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대청도 출신 오인선 대표, 스킨스쿠버 활동 중 드론 활용 아이디어
후배들과 3년간 연구·개발 '해양 구조용 드론 특허 출원' 회사 설립
한때 문 닫을 위기… 신보 도움 받아 기술력 인정 '인기 고공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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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요즘 소위 뜬다는 '드론'을 주력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있다. 그것도 그냥 드론이 아니다. 생사의 촌각을 다투는 '골든타임'을 겨냥한 해양 인명 구조용 드론이다.

이 기업의 이름은 '숨비'. 해녀들이 숨을 참으며 한참 물질을 하다가 수면 위로 올라와 가쁘게 내쉬는 숨소리를 의미하는 '숨비소리'에서 따온 이름이다. 숨이 '턱!' 막히는 위급 상황에서 기술로 생명을 구한다는 가치를 내건 기업이다.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저희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까요. 하지만 신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스마트밸리에 작은 사무실을 둔 숨비는 지난해 4월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오인선(42) 대표가 동료들과 3년 전부터 연구·개발한 드론의 특허 출원과 동시에 회사를 세웠다.

오 대표는 인천시 옹진군에 속한 먼바다 섬인 대청도에서 태어나 인천 육지로 유학을 나와 학창시절을 보낸 토박이다. 늘 바다와 함께했다는 그는 경력 15년의 스킨스쿠버 베테랑이다. 스킨스쿠버를 지도하는 인스트럭터들을 육성하는 전문가 중의 전문가다.

오 대표는 "택배 드론도 나오는 시대다. 어느 날 스킨스쿠버 동호회 후배들과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져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문뜩 드론을 떠올리게 됐다"면서 "대학에서 기계공학과 항공역학 등을 전공하는 후배들과 머리를 맞대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종도에서 오랫동안 건설업을 해 왔어요. 제가 드론 회사를 차릴 줄은 꿈에도 몰랐죠. 드론이 제 인생에 운명처럼 다가온 거에요." (웃음)

인천 스타트업을 가다 주식회사 숨비 오인선 대표 인명구조용 드론5
해양 인명 구조용 드론을 개발한 '숨비' 오인선 대표가 인명 구조 드론(S-200)과 해양순찰드론(V-100)을 설명하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숨비가 개발한 드론은 크게 해양순찰드론(V-100)과 인명구조드론(S-200) 등으로 나뉜다.

V-100은 이안류(해안가에서 바다 쪽으로 급속히 빠져나가는 해류), 안전 부표 위반행위 등을 감시하고 경고방송을 하며 여름철 해수욕장 등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해양 사고를 예방한다. 또 S-200은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국제 공인 구명 튜브를 떨어뜨려 구조활동을 벌이는 드론이다.

김경석(33) 숨비 기획조정실 과장은 "라이프가드가 사고 상황을 접한 뒤, 구조보트 등을 타고 출동하는 데 보통 3분 이상 걸리지만, 드론은 안전 부표까지 23초 만에 도착해 구명 튜브를 투하할 수 있다"며 "S-200과 라이프가드가 사고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V-100은 상공에서 촬영 중인 영상을 상황실로 송출한다"고 설명했다.

숨비는 창업한 지 얼마 안돼 문 닫을 위기를 맞았다. "연구인력을 포함해 10여 명의 직원에게 월급조차 못줄 상황이었다. 말 그대로 아사 직전이었다"는 오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신용보증기금 인천본부에서 숨비의 도전정신과 기술력 등을 인정해 15억원의 대출자금을 지원하면서 숨통이 틔었다고 한다.

올 들어 숨비의 기술력이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 초청 전시, 세계 최대의 크루즈 산업 컨벤션인 'Seatrade Cruise Global 2016' 한국 대표 기업 참가, United Nations (UN) 조달업체 등록, 삼성 협력업체 등록 및 삼성엔지니어링과 계약(항공촬영), 대한민국 조달청 조달업체 등록 등 창업 1년 만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방의 한 도시에선 각종 지원혜택을 제시하며 숨비의 이전을 타진하기도 했다고 한다.

호주에서 무역컨설팅을 하다가 지난해 입사했다는 박성열(32) 숨비 과장은 "올해는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역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며 "중국 등 해외 진출에 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숨비는 18일 인천 앞바다에서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가 주관하고 국토교통부, 인천시, 인천공항공사, 해군2함대, 인천해역방어사령부 등 20개 기관과 단체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에서 드론을 이용한 해상 인명 구조를 선보인다.

"드론을 통해 제 삶이 확 바뀌었습니다. 인명 구조용 드론은 세계 최초이죠. 이 드론으로 국민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에 큰 자긍심을 느낍니다. 저희의 도전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합니다." (오인선 대표)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