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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에서는 개혁이나 혁신 혁명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革卦가 있다. '고칠 革'의 택화혁괘(澤火革卦)는 못과 불이 서로 만나 못물은 아래로 흘러내리며 불을 끄려 하고, 불은 위로 타올라 못물을 말려서 없애려하는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이 증발해 없어지든 불이 꺼지든 둘 중의 하나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혁명의 뜻도 있다.

계절의 변화로 보면 革卦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즈음에 해당하는데,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서늘한 가을이 오면서 기후가 싸늘해져 그 급격한 기후변화를 실감하기 때문에 그렇다. 짐승들도 가을철에 접어들면 털갈이를 하는데 두껍게 듬성듬성 나있던 털을 가늘고 촘촘한 털로 바꾼다. 겨울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가을철 털갈이를 하는 것인데 그 털이 너무 가늘기 때문에 추호(秋毫)라는 말도 생겼다.

주역에서는 이처럼 미래를 대비해서 몸에 난 털을 완전히 바꾸는 동물처럼 제대로 혁신하는 모습을 호변(虎變)이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외형만 고치는 모습을 혁면(革面)이라고 하는데 마음은 전혀 고치지 않고 낯빛만 고친다는 뜻이다.

개혁이나 혁신을 하는데 小人은 혁면(革面)만 하고말지만 大人은 호변(虎變)을 한다는 것이다. 기왕 혁신을 하려면 완전히 뜯어고치는 호변(虎變)을 해야 할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