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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菜食)이 나물 먹기다. 菜자가 '나물 채'로 산나물은 산채, 들나물은 야채다. 일본인들이 '채소, 소채(蔬菜)'를 모두 '야채'라고 부르는 건 잘못이다. 소채의 蔬는 '푸성귀 소'자다. 일본어세대가 '아오모노(靑物)'라고 하는 건 나물의 총칭이고 남새와 채마(菜麻)는 무 배추 상추 등 밭에서 나는 채소다. 어쨌든 나물 하면 논어에 나오는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를 비롯해 '나물 먹고 물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가 어떻다는 그 말부터 떠오른다. 다음은 백이숙제(伯夷叔齊)를 나무란 조선 초기의 충신 성삼문의 그 유명한 시조 '수양산(首陽山) 바라보며 이제(夷齊→백이숙제)를 한하노라/ 주려 죽을지언정 채미(採薇)도 하는 건가…'다. 역성(易姓)혁명에 반대해 주나라 밥 먹기를 거부,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薇)만 먹다가 굶어 죽었다는 충신 형제를 고사리는 왜 먹느냐며 나무란 거다. 성삼문이 충신으로는 한 수 위다.

다음엔 사찰(山寺) 음식 나물이다. 생명 존중의 불교 교리를 따라 사찰 식단은 채소 소채위주지만 석가모니 당시에는 승려들이 탁발로 음식 공양을 받았기 때문에 일부 육식을 허용했다는 기록이다. 중국 사찰의 나물 식단은 승려로 출가한 양(梁)나라 무제(武帝)로부터 비롯됐다. 그가 '단주육문(斷酒肉文)'이라는 책을 써 술과 고기를 금기로 못 박은 거다. 그런데 엄격한 한국 사찰에선 산채는 물론 텃밭 채마까지도 기피한다. 이른바 오훈채(五훈菜) 오신채(五辛菜)라는 맵고 자극성 있는 채소, 즉 마늘 달래 무릇 대파 실파 등을 기피한다. 도가(道家)에서도 부추 마늘 무릇 자총이(파), 평지(油菜)는 금기다. 음욕과 분노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채소 나물을 뜻하는 vegetable이 형용사로 쓰일 때는 '시시한, 하찮은'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에선 중국 요리가 '중채(中菜)' 서양 요리가 '서채(西菜)'로 나물의 품격을 '요리'로 격상시켰다. 그리스 철학자 수학자 피타고라스, 프랑스 작가 사상가 장 자크 루소와 화가 장 프랑솨즈 밀레는 나물만 먹었다지만 단백질 부족으로 안 된다.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이 갑자기 붕 떴지만 나물만으로는 글쎄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