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용
박환용 가천대 도시계획학과
경기도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선 최초로 중장기 임대주택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경기도형 주거복지 모델인 '따복하우스' 1만 가구를 2020년까지 공급하여 경기도의 주택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우리사회에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해 보자.

광역이든 기초든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차원의 임대주택 건설을 부담의 대상으로 생각을 했지, 지역민의 고민을 해결하는 정책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었다. 이번 발표가 과연 시대적 변화를 겸허히 받아들인 것인지, 아니면 주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도민을 위한 단순한 자구책인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에 이르다. 하지만 전월세 주택문제로 고생하는 시장소외계층에게는 크게 환영할 만한 대사건임에 틀림이 없다. 이번 경기도 발표는 급변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주요 사회경제적 변화를 다각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가장 쉽게 읽혀지는 내용은 주택문제가 이제는 중앙정부정책의 전유물이 아니고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제까지 그러한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공차원의 임대주택 건설은 적자사업이라는 비용적 측면 외에도 저소득층의 밀집을 유발하고 그로인해 복지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환경에서도 이렇게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는 배경에는 임대주택이 주택시장에서 사회적 안전망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그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주택문제가 단순히 공급문제를 벗어나 사회경제적 이슈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주거복지의 가장 중요한 타깃 계층인 신혼가구,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시장참여 초년생을 도와야 우리사회의 사회경제적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인구절벽으로 요약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 시장의 주역이면서도 주택시장의 주된 타깃계층인 신혼가구와 1~2인가구를 위해 사회가 앞장서서 도와주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있다.

셋째, 인구 성장이 거의 멈춘 지금의 도시에서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도시재생과 주거복지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융복합하지 않고는 어느 것도 성취하기 힘들 것이라는 절박함을 계획수단의 활용단계에서 느끼게 해준다. 부지 확보방안에서 국공유지를 활용하면서도 공공시설의 복합개발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저출산 문제를 경기도가 해결하는 표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산문제는 인구감소 또는 결혼포기와 같은 단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근원적인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저출산문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 맞벌이의 사회적 요구, 자녀양육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등이 점철되어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거대한 암적 존재이다. 이러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타개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신혼부부의 지원을 자녀수에 따라 차등을 두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대담한 발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하다. 건설비용에 대한 도의회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부지확보에 대해서는 기초자치단체가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호응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이 장기간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추진력과 일관성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원동력이 될 젊은이를 위한 생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생각보다 쉽게 경기도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박환용 가천대 도시계획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