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로부터 41년이 지난 1996년 12월에 히로시마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는 세계 평화를 위하여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 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의 세계유산 지정이 그 의도와 달리 일본을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이상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일이 최근에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26일에 있을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평화기념관 위령탑에서 1945년에 희생된 일본인들을 위하여 추모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기 위하여 일본과 깊은 교류를 맺으며 일본의 군사력을 확장하게 하고 있는 처지이니 오바마의 일본 방문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더욱더 일본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수 있는 행동이 될 수 있다.
당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죽은 재일 조선인 피폭자는 그 수가 무려 7만~10만 명으로 일본인 피폭자의 10분의 1이 넘는다. 이들은 엄청난 피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사과는 물론이고 단 1원의 보상금도 받은 적이 없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무 죄도 없이 죽어간 조선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의 피폭 피해자들에 대해 추모하는 것은 인류의 평화를 위하여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 일본에서 냉대받고 고생하다 죽음의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조선인들에 대해 추모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추모는 진정성이 없는 것이다. 미국이 대한민국과 우방이라고 자처하면서 역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고, 과거 적이었던 일본에 대해 신우방으로 일본의 비위만을 맞추려 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역사의 반성도 아시아의 평화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정확히 알아야 하고 이들에 대한 보상을 반드시 해야 한다.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