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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흐르고
너는 흐르지 않아도
나는 흘러서 / 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흐르다 만나지는
아무 데서나
빛을 키워 되 얻는 / 너의 모습

생각이 어지러우면
너를 놓아버리고
생각이 자면 / 네게 가까이 가
몇 개의 바다를 / 가슴에 포갠다

김초혜(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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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마음은 흐른다. '너는 흐르지 않고' 정지되어 있어도 나는 흘러서 너에게로 간다. '너'라는 존재를 향해 출현한 마음은 실체도 없고 형체도 없지만 영혼을 담은 "나는 흘러서/네가 있는 곳으로 간다" 나를 소유하고 있는 것은 '자아'지만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너'라는 존재로서 나는 너에게 이동한다. 그곳은 너를 맞이할 '비어 있음'의 공간이면서 사랑으로 충만한 곳이기도 해서 "너의 모습"은 어둠을 밝혀 찾아오는 '빛'처럼 힘든 세상에서 나를 환하게 비추고 있다. 그 사이 너는 비워진 마음 한구석 가득 들어와 있다. 간혹 "생각이 어지러우면/너를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출렁임을 반복하는 강물처럼 흘러서 "네게 가까이 가"는 마음은 가슴에 몇 개를 포개어 놓은 바다와 같이 아직도 푸르게 일렁인다.

/권성훈 (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