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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CNN 뉴스가 전한 세 할머니의 죽음이 눈길을 끌었다. 먼저 미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ASO)의 콘트라베이스 주자(奏者) 제인 리틀(Jane Little)의 죽음이다. 그녀는 16세부터 무려 71년 간 ASO 악단 멤버로, 그것도 콘트라베이스 한 악기만을 연주해 지난 2월 기네스북까지 올랐다. 그런데 지난 15일 공연 연주 중 그대로 무대에서 쓰러진 채 숨지고 말았다. 87세였다. 그야말로 미국 음악사(史)의 한 '전설적'인 뮤지션에서 '전설'이 돼버린 거다. 그녀의 마지막 연주는 공교롭게도 뮤지컬 영화 '쇼처럼 멋진 장사는 없다'의 테마곡이었고 연주 종반에 쓰러졌다. 음악 연주도 쇼는 쇼라는 건가. 아무튼 그런 죽음의 질이야말로 고질(高質)에다 고상하기 그지없는 고종명(考終命), 제 명대로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5복 중의 하나가 아닐까. 요즘 말로 well dying일 게다.

관심을 끈 또 다른 죽음은 프랑스 여배우 마드린 르보(Madeleine LeBeau)다. 2차대전 때의 명화 '카사블랑카(Casablanca)'에서 험프리 보가트 등과 함께 열연했다. 나치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로부터 어렵사리 탈출했고 그 후 점령군이 물러가면서 프랑스 땅에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국가가 울려 퍼지자 구슬 같은 눈물을 흘렸던 그 마드린 르보가 지난 1일 93세로 숨을 거뒀다. '황금의 바구니(1950)' '8과 2분의 1(1963)' 등에도 출연했던 그녀 역시 은막의 전설이 돼버렸다. 그리고 또 한 할머니는 세계 최고령인 116세의 수잔나 존즈였다. 1899년에 출생, 19·20·21세기 3세기에 걸쳐 살다가 지난 12일 뉴욕 브루클린(Brooklyn) 자택에서 저승으로 휙 가버린(pass away) 거다. 장수 비결은 수면이고 청결한 생활이라고 했지만 아무튼 호상(好喪) 복상(福喪) 아닌가.

87·93·116세… 그런 할머니들의 복된 죽음도 있건만, 애도의 물결이 끝도 없는 서울 강남역 23살 처녀의 죽음은 애석하고 통절하기 그지없다. 죽음의 질이라는 걸 입 밖에 내기조차 어렵다. 처녀로 죽어간 손말명 귀신이 가장 무섭다고 무속(巫俗)계에선 말한다. 저승에 가져간 통한(痛恨)이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A양! 명복을 빈다는 말조차 미안하이.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