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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객이 반드시 들른다는 고궁에 쉬는 요일이 있다는 건 금시초문이다. 창경궁 창덕궁 덕수궁은 매주 월요일에 쉬고 경복궁과 종묘는 화요일에 문을 닫는다는 거다. 고궁과 문화재청에 묻고 싶다. '그럼 관광객이 타고 오는 항공기와 공항도 쉬는 요일이 있어야 하고 철도와 관광버스·호텔도 노는 요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소리 들어봤느냐'고.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관광 명소에 문 닫는 요일이 있다는 건 상식 밖치고도 아득히 떨어진 소리 아닌가. 그들에게 두 번째로 묻고 싶다. 프랑스엔 콘돔과 철자가 똑같은 Condom시가 있다는 것, 더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피임박물관도 건립했다는 소식은 들어봤느냐고. 세계는 보고 또 보는 sight+seeing(관광), 보고 또 보는 사람인 sight+seer(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그 점이야 문화재 당국자들도 알 듯 싶건만….

이른바 '불의 고리'라는 환태평양 국가에선 지진만큼이나 잦은 게 화산 폭발이다. 그런데 그 뿜어져 오르는 검은 연기와 용암을 관광 상품화한 나라도 있다. 아이슬란드다. 화산활동이 여름에 활발한 바다분가(Bardarbunga) 화산 상공을 아이슬란드항공 여객기가 선회하는 게 관광코스라고 2014년 9월 CNN 뉴스가 전했다. 스페인 북동부 보르하라는 마을에선 자칭 화가라는 80대 여성 세실리아 히메네스가 100년 전 예수의 얼굴을 복원해 그렸다. 그런데 그 프레스코(fresco)화(畵)가 예수는커녕 원숭이와 흡사했다. 그런데도 그 털북숭이 예수의 얼굴을 보기 위해 연 7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는 게 2013년 8월 BBC 뉴스였다. 이집트의 미라는 물론이고 1912년 첫 항해에서 침몰한 영국의 호화유람선 타이태닉(Titanic)호, 그 3천800m 깊은 해저에 수장된 잔해 역시 관광 상품이 된 지 오래다.

창덕궁이라면 미국의 세계 최대 여행출판사인 론리플래닛(Lonely Planet)이 작년 9월에 꼽은 세계 500대 관광지 중 하나고 남산타워도 꼽혔다. 그런데 고궁이 쉬는 요일엔 남산타워도 따라 쉬나? 세계 어느 고궁과 성, 관광명소도 쉬는 요일은 없다. 365일 관광객이 요일을 가릴 리 없기 때문이다. 고궁이 쉬는 요일이라니, 말이 안 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